[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어머니의 단호한 가르침

  • 이원욱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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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5 10:58  |  수정 2023-09-05 15:45  |  발행일 2023-09-06 제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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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욱 시민기자

올해처럼 유난히 더운 여름이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 30년도 더 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1학년 시절의 일이다. 학교와 집은 가까웠지만, 당시는 작은 키와 짧은 보폭 때문이었는지 20분은 족히 걸렸던 것 같다. 땀이 비 오듯 흐르는 날씨에 커다란 책가방을 매고 햇살을 맞으며 집으로 가던 길은 고행이었다. 어느 날, 함께 갈 친구라도 있나 싶어 아이들로 붐비던 문구점을 들렀다. 이게 화근이었다. 돈 한 푼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으로 갈 생각을 한 것이다. 아이스크림 냉장고가 문구점 안에 있지 않아 허술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그때부터 마음을 졸이며 다른 아이들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무더운 날씨에 긴장까지 하니 이마에 땀이 줄줄 났다. 아이스크림을 조심스럽게 꺼내 집 쪽으로 발길을 돌리던 순간, "아줌마, 얘 계산 안 하고 그냥 들고 가요!" 정의감으로 가득한 한 아이의 말에 문구점 사장님은 곧장 나의 가방끈을 붙잡았다. 곧 어머니가 참담한 얼굴로 뛰어왔다. "누가 그렇게 가르쳤어?! 제대로 한번 혼나봐야 되겠다!!"


가게 사장님에게 사과의 말과 함께 도망치듯 나온 어머니는 가게 안에서보다 목소리를 더 높이시며 야단쳤다. 또 근처 법원으로 나를 끌고 갔다. "들어가! 들어가서 판사님한테 잘못한 거 이야기하고 벌 받자!" "다시는 안 하겠다고 말해 얼른!"


그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빌었다. 그날 어머니께서는 자칫 습관이 되어 나중에 더 큰 잘못을 저지를까 봐 일부러라도 더 호되게 혼내셨던 것 같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보니 그때의 어머니 마음이 어떠했는지 조금은 짐작이 간다.


한 번씩 가족 모임에서 이 이야기를 꺼낼 때가 있다. 어머니는 "생생하게 기억나지. 그때는 내가 너무 심하게 나무랐다"고 미안해 했다.


어머니는 평소 누구보다 자상하시지만,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엄격하셨다. 어머니의 단호한 가르침은 같은 잘못을 두 번 다시 하지 않도록 나를 이끌었다. 아들이 올바른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게 어머니의 마음일 것이다.


이원욱 시민기자 judge520@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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