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손으로 읽으면서 외워요" 시각장애인의 시 낭송

  • 문순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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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5 13:02  |  수정 2023-09-05 15:53  |  발행일 2023-09-06 제24면
'아름다운 손짓, 시 낭송의 향기'에 시각장애인 출연
점자 시집을 읽고 외워 비장애인 못지 않은 낭송 뽐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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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대구생활문화센터 기획 프로그램 생동데이 '나의 삶 나의 무대'가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생활문화센터 2층 어울림홀에서 열렸다. 시 낭송 출연진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구생활문화센터 기획 프로그램 생동데이 '나의 삶 나의 무대'가 지난달 30일 대구생활문화센터 2층 어울림홀에서 열렸다.


'아름다운 손짓, 시 낭송의 향기'란 제목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야기를 시와 낭송을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줬다. 출연진 35명 중 시각장애인 7명이 함께했다.


공연은 모두 8막으로 진행됐다. 1막은 탄생의 경이로움 속에서 태어나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 2막은 꿈을 품고 마음을 키우는 과정에서 부딪히며 성장해가는 청소년기, 3막은 비록 힘들지만 사는 동안 꽃처럼 살고 싶은 열망, 4막은 지방 사투리의 정겨움, 5막은 인연의 소중함, 6막은 부모의 사랑과 부부의 끈끈한 정과 추억, 7막은 시처럼 바람처럼 가뿐하게 살고 싶은 마음, 8막은 아름다운 손짓, 수어 노래였다. 삶이 축약된 한편의 대서사시를 보는 듯했다.


연출을 맡은 서도숙(58) 강사는 2018년 달서구 송현동 점자도서관에서 시 낭송 강의로 시각장애인들을 만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서도숙 강사의 헌신적인 지도로 출연자들은 하나가 됐다. 호흡을 맞추기 쉽지 않은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배려하고 다독였다.


대부분 후천적으로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이지만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열정적으로 연습한 결과물을 선보였다.


시 낭송 발표자 이현숙(66, 달서구 상인동) 씨의 아들 조철우(39) 씨는 "처음으로 엄마의 공연을 보고 감동했다. 어떤 공연보다도 더 훌륭한 무대여서 울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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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박정순(87) 할머니가 자작시 '엄마 생각'을 낭송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박정순(87) 할머니의 자작시 '엄마 생각' 낭송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박 할머니는 66세 때 시각장애인 1급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시기에 아들을 잃고 마음 붙일 곳이 없어 힘들었지만, 시와 낭송으로 아픔을 견뎌냈다고 했다. "치매가 무서워서 시 낭송을 열심히 했다"는 박 할머니는 점자로 만들어진 시집에서 선택한 시 한편을 이틀이면 암기했다.


또 시각장애인 권윤경(41) 씨는 2021년 재능 본선대회에서 시각장애인으로 전국 최초 '시 낭송가' 가 됐다.


비장애인들은 "매주 한 편의 시를 외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앞을 볼 수 없고 나이도 많은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감탄사를 터뜨렸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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