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피가로~피가로~피가로'(벤 르윈 감독·2020·영국 외)…낭만적인 오페라 선율에 실린 꿈과 사랑

  •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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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8  |  수정 2023-09-08 08:08  |  발행일 2023-09-08 제13면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피가로~피가로~피가로(벤 르윈 감독·2020·영국 외)…낭만적인 오페라 선율에 실린 꿈과 사랑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피가로~피가로~피가로(벤 르윈 감독·2020·영국 외)…낭만적인 오페라 선율에 실린 꿈과 사랑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영화는 극장에서, 개봉관에서 봐야 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영화를, 가능한 시간에 딱 맞춰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놓친 영화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우리에겐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다. 지나간 영화들을 언제든 골라 볼 수 있는 것이다. 가을에 보면 더 좋을, 놓쳐버린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에선 2022년 11월에 개봉되었다. 명작 오페라의 선율, 꿈과 사랑, 거기에 스코틀랜드 풍경이 멋지게 어우러진 힐링 영화다.

런던의 잘나가는 펀드매니저 밀리는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오페라 가수에 도전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로 떠난다. 오지나 다름없는 시골 마을 드럼버칸에는 괴팍한 스승 메건과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오페라 가수의 꿈을 키우는 맥스가 있다. 밀리와 맥스는 스타로 가는 관문인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 싱어'에 나가기 위해 치열하게 연습한다. 서로 견제를 하면서도 조금씩 애정이 싹트는 밀리와 맥스. 둘은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영화의 시작은 '로미오와 줄리엣' 중 줄리엣의 아리아, 영화의 마지막은 '돈 조반니' 중 이중창이다. 음악회에서 성악가들이 즐겨 부르는 명작 아리아들이다. 그 외 '피가로의 결혼' '라 트라비아타' '카르멘' 등 명작 오페라 속의 주옥 같은 아리아들이 펼쳐진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음악에 빠지고, 풍경에 취한다. 귀가 즐겁고, 눈이 즐거운 영화다.

난생 처음 듣는 오페라에 푹 빠지는 영화들이 있다. '쇼생크 탈출'의 죄수들이 그랬고, '귀여운 여인'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그랬다. 오페라 명곡은 심장을 뛰게 하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 물론 진정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원제는 '폴링 포 피가로(Falling for Figaro)'. 오페라와 첫사랑에 빠질 만한 영화다.

각본, 감독을 겸한 벤 르윈의 연출이 매끄럽고, 밀리 역 대니엘 맥도날드와 맥스 역 휴 스키너의 재능이 돋보인다. 물론 노래는 오페라 가수가 대신했다. 괴팍하지만 속은 따뜻한 스승 역 조애나 럼리의 연기도 빛을 발한다. '빌리 엘리어트'의 아버지 게리 루이스의 감초 연기가 웃음을 선사하고, 시골 마을의 인심도 정겹다.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지만,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다. 촬영지는 스코틀랜드 북부 하이랜드다. 오페라 아리아와 풍경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사랑스러운 앙상블의 카르페 디엠 코미디"라는 평이 적절해 보인다.

"늘 오페라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펀드 매니저만 하다 죽고 싶지는 않아요." 밀리의 대사다. 꿈 같은 말, 어디까지나 영화의 대사다.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오페라 가수는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에 "저 그렇게 늙지도, 늦지도 않았어요"라는 대답만큼은 기억하고 싶다. 꿈이란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라, 소박한 것일 수도 있다. 밀리처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꿈을 찾아보자. 우린 그렇게 늙지도, 늦지도 않았으니까.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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