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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고도화·지능화되고 있다. 조선족이 어눌한 말투로 사기를 치는 수법은 이미 옛날 이야기다. 최근엔 결제내역을 사칭해 악성코드를 설치하거나, 가상 자산이나 간편송금 등을 이용한 새로운 유형의 보이스피싱이 등장했다. 피해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5년간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무려 1조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관련 법안을 개정하는 등 대응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계좌이체형 감소…대면편취형·출금형·절도형 늘어
보이스피싱 유형은 피해자가 사기범의 계좌로 송금·이체하는 계좌이체형에서 직접 만나 현금을 전달하는 대면편취형이나 출금형, 절도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중 특히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이 크게 늘었다.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8년 2천547건이던 대면편취형은 지난해 1만4053건으로 5배 이상 치솟았다. 같은 기간 피해 금액도 1천862천억원에서 2천491억원으로 629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은 보이스피싱 자금을 이체하도록 하는 전자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지 않아 피해를 입어도 사실상 구제가 불가능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5월 새로운 유형의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고, 피해자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했다.
개정법의 핵심은 △대면편취형·출금형·절도형 보이스피싱까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위 확대 △새로 포함된 보이스피싱 유형의 피해 구제를 위한 절차개선 △전기통신금융사기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이다.
▲가상자산거래소 보이스피싱법 적용…피해금 환급 가능
금융당국의 강력 대응에도 보이스피싱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엔 가상자산이나 간편송금 등을 이용한 보이스피싱이 활개치고 있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보이스피싱이 득세하는 것은 자동인출금기(ATM)의 일일 출금한도가 제한되자 비교적 범죄수익 출금이 쉬운 가상자산을 노린 것.
5대 가상자산거래소가 파악한 가상자산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규모는 2020년 82억6천만원(305건)에서 2022년 199억6천만원(414건)으로 1천170만원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거래소도 보이스피싱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가상자산을 통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확인되면 가상자산거래소가 즉시 계정을 정지하고 피해자 구제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지급정지후 금감원은 범인의 채권 소멸 절차를 밟고, 이를 토대로 피해금 환급도 가능해진다.
간편송금을 이용한 보이스피싱은 상대방의 계정이나 ID,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돈을 보낼 수 있다는 편리함을 악용한 것이다.
피해규모는 2020년 14억7천만원에서 2022년 6월 기준 42억1천만원으로 186% 늘었다.
하지만 범인 확인은 어려워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현재 피해자가 간편송금 사업자로부터 '송금 확인증'을 받아 범인 계좌를 확인하는데에만 2~3일가량 걸린다. 이와 관련해 보이스피싱 신고시, 간편송금 사업자가 금융사에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대책이 마련됐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피해금이 어느 은행으로 갔는 지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고의로 지급정지 계좌를 만든 뒤 합의금을 요청하는 이른바 '통장 협박'이라 불리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구제방안도 나왔다. 사기이용계좌가 피해금 취득에 이용된 계좌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 지급정지를 일부 해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신속한 피해 구제가 가능해진다.
국회입법조사처 이수환·정혜진 연구원은 "보이스피싱 신고를 받은 통합신고대응센터가 보이스피싱 유형을 불문하고 피해자를 대행해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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