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에게 자유를"…드라마 보다 더 극적인 한인 이민자 청년의 삶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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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7  |  수정 2023-09-07 07:33  |  발행일 2023-09-07 제16면
한인청년 이철수 사건 다룬 다큐영화 '프리 철수 리'

다음달 18일 국내서 개봉
철수에게 자유를…드라마 보다 더 극적인 한인 이민자 청년의 삶
한인 이민자 청년 이철수 사건을 그린 다큐영화 '프리철수 리'를 만든 이성민·하줄리 공동감독, 김수현 프로듀서(왼쪽부터) 등 제작진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얘기한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커넥트 픽쳐스 제공>
철수에게 자유를…드라마 보다 더 극적인 한인 이민자 청년의 삶
이철수와 함께 살인 용의선상에 오른 청년들. <커넥트 픽쳐스 제공>

지금부터 50년전, 미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거리에 날카로운 총성이 울려퍼졌다. 얼마후 중국인 갱단이 쓰러지고, 21세의 한국이민자 청년 이철수가 살인 용의자로 긴급 체포됐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이철수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곧장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폭력적인 교도소에 수감됐다. 동양인 외모를 구별 못하는 백인 목격자들의 잘못된 증언 때문이었다.

청년 이철수는 교도소 내에서 무죄를 주장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교도소 내 갱단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다 진짜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그대로 묻힐 뻔했던 사건은 한 기자의 심층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한인 최초의 미국 주류신문사 기자였던 이경원은 차이나타운 취재를 하다가 우연히 이철수 사건을 접하고, 엉터리 재판과정을 세상에 폭로한다. 즉각 한인 이민사회와 종교계가 들고 일어났고, 이철수의 재심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미국 사회 내에서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 같았던 한인청년 이철수 사건을 그린 다큐영화 '프리 철수 리'가 다음달 18일 국내서 개봉한다. 억울하게 교도소에 10년간 갇혀 있었던 이철수 사건의 전모와 이철수 구명을 위해 인생을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수입사측은 개봉을 앞두고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아시안 2세인 제작진들을 초청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재미 한인 2세 하줄리, 이성민 감독, 김수현 프로듀서 등이 참석했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거의 유일한 한인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 자신을 소개한 김 프로듀서는 "이철수 사건을 내 어머니가 알고 있었고, 이철수의 삶을 통해 어머니도 겪었을 이민자의 쉽지 않은 삶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영화에 합류하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이철수 사건은 전례가 없는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공교육에서 한번도 접한 적이 없었기에 더 충격적이었다"고 밝힌 이 감독은 "이 안타까운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도록 영화로 만드는 게 한인 2세로서의 책임이자 사명으로 느껴졌다"며 작품에 임한 각오를 전했다.

특히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이철수의 변호를 맡아, 구명활동까지 펼친 랑코 야마다 변호사는 우리가 이 시기에 다시 이철수 사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야마다 변호사는 "이철수 사건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며, "친구인 이철수가 변호사를 필요로 할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것을 보고 직접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영화 '프리 철수 리'가 극도로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상황을 한 개인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겪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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