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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논설위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입이 부쩍 거칠어졌다. 지난 대선 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를 두곤 "이 사건은 국민주권 찬탈 시도이자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는 쿠데타 기도로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라고 했다. 전 정부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선 "직원들이 속이는데 주인이 모르고 있었다면 바지 사장이고, 알았다면 주범"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강조하던 때와는 결이 사뭇 다르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발언 수위가 높아졌다. 대정부 질문이 열린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 "최근 영국 과학지에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 이하라도 안전하지 않다는 보도가 나왔다"(안호영 민주당 의원). "과학지에 났다고 다 확정된 사실인가. 미신적·주술적 몰지성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한 총리). "우리 수산업자를 보호하는 최선의 길은 일본이 방류하지 않도록 하는 것"(안 의원). "아니다. 가짜뉴스를 퍼뜨리지 않는 것이다"(한 총리). 미신적? '손바닥 王자'가 더 미신 아닌가.
"1+1을 100이라고 하는 세력들과 싸울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투적 자세를 주문하자 여당 의원과 국무위원들이 '전투 모드'로 변환했다. 대야 전투력을 공천에 반영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어떤 국무위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유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야구장 왔느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전사(戰士) 기질이 개각에도 투영된 모양이다. "이번 개각을 보면 제일 잘 싸우는 사람만 그냥 골랐던 것 같다"(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이념전쟁의 돌격대원들"(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정제되지 않은 과거 발언도 소환됐다. "초대 악마 노무현" "문재인 모가지 따는 날" "전두환의 12·12는 나라 구하려던 것" "촛불은 반역". 어록(?)만 보면 영락없는 '아스팔트 우파'다. 군은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다. '국방장관 신원식'은 문제가 없을까.
전투적 여당과 내각이 자기진영의 환호는 이끌어낼 수 있겠다. 하지만 합리적 중도층은 등을 돌릴 개연성이 크다. 정국 냉각은 필연이다. 일련의 정치 현안들이 노정되면서 여야의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더 공고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과 병원 후송, 검찰의 이 대표 영장 청구, 민주당의 한덕수 총리 해임 결의안 제출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21일엔 이 대표 체포 동의안과 한 총리 해임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여의도 사상 초유다.
전랑외교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공세적 외교를 지향하는 시진핑 체제 중국의 외교 방식을 일컫는다. 전랑(戰狼)은 늑대 전사라는 뜻이다. 전투력을 고양하는 윤석열 정부도 '전랑'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전랑외교를 펼친 중국은 국제적 고립을 자초했고, 전랑외교의 선봉장 친강 전 외교부장은 행방이 묘연하다. 전랑 내각, 전랑 여당으론 협치를 구현할 수 없다. 총선 전략으로도 유리할 게 없다. 현생 인류는 '호모 비오랑스(Homo Violence)'다. 폭력적 본능이 잠재해 있다는 의미다. 굳이 전투력을 부추길 이유가 있을까.
초능력자 드라마 '무빙'의 인기가 일본과 동남아까지 휩쓸고 있다. 여느 명작처럼 '무빙'에도 명대사가 나온다. "사람의 진짜 능력은 공감이야". '전투 모드'의 윤 정부는 국민 공감을 얻어낼 능력이 있는가. 어쩌면 우리의 초능력은 아주 평범한 데 있는지 모른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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