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현실에 투영되는 '국민사형투표'

  • 한영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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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6 12:01  |  수정 2023-12-12 11:07  |  발행일 2023-09-27 제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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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국민사형투표'에서 '개탈'은 시민들에게 흉악 범죄자의 사형 여부를 찬반 투표로 묻고 그 결과에 따라 사형을 집행한다.


'흉악범은 죽어 마땅하다' 생각하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고민 없이 찬성 버튼을 누르는데 이와 비슷한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보여지고 있다.


최근 서이초 교사를 비롯해 대전초, 호원초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교권과 아동학대처벌에 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학부모의 갑질이 있었다는 내용의 유사한 기사들이 넘쳐 난다. 기사를 접한 시민들은 안타까움을 넘어 가해자의 신상을 털어 유포할 뿐 아니라 직장으로 찾아가 '살인자', '악마' 등의 포스트잇을 붙이며 사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디어와 SNS의 발달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새끼를 잃은 어미 원숭이가 창자가 끊어져 죽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단장지애'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에 비유하는 말이다. 피해자의 유족들이 겪는 고통이 아마 그러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자식이자 부모이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사건을 접할 때 안타까워하고 분노하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그럼에도 드라마 '국민사형투표'에서처럼 안타까움과 분노가 가해자에 대한 개인적 응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이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 낼 뿐이다.


자식 잃은 부모가 끔찍한 고통을 견디며 살아내는 것은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남아 있는 가족이 자신과 똑같은 고통을 겪을까 두려워서다. 제2, 제3의 피해자 가족이 그 과정을 반복하지 않도록 정부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영화 시민기자 ysbd418@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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