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 추석 극장가는 풍성한 가을 들녘만큼이나 다채로운 상차림을 차렸다. 송강호, 강동원, 임시완, 강하늘 등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오랜만에 야심작으로 돌아왔는가 하면 공포, 코미디, 역사극,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영화가 긴 추석 연휴를 통해 새롭게 도약하는 터닝포인트를 맞을지 관심이다. 추석 극장가를 장식하는 작품들을 모았다.
■ 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임시완·하정우 출연/108분
영화 '쉬리'로 1999년 한국영화에 첫 천만관객을 불러모은 강제규 감독의 야심 찬 복귀작. 우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마라토너 손기정과 서윤복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울분의 역사 뒤안에서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고자 하는 인물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겼다. 실감 나는 마라톤 코스 구현을 위해 호주 로케이션 등 철저한 고증이 담겨 보는 재미를 더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발휘한 하정우,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임시완, 극에 유쾌한 활력을 불어넣은 김상호 등 배우들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
■ 천박사 퇴마연구소:설경의 비밀
김성식 감독/강동원·이동휘 출연/ 98분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가장 높은 예매율을 기록한 작품. 25일 오전 기준 사전 예매량 11만104장을 기록했다. 매력 넘치는 캐릭터와 참신한 소재, 박진감 가득한 모험과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까지 더해져 흥미진진하다. 특히 '천박사'로 분한 강동원은 능청스러운 연기와 위트 넘치는 매력으로 첫 장면부터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천박사의 기술 파트너로 분한 이동휘와의 티격태격 연기도 볼 만하다.
대대로 마을을 지켜 온 당주집 장손이지만 정작 귀신은 믿지 않는 천박사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가짜 퇴마 의식을 벌이며, 의뢰받은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 어느 날 귀신을 보는 의뢰인 '유경'이 찾아와 거액의 수임료를 내놓으며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한다.
■ 거미집
김지운 감독/송강호·전여빈 출연/132분
영화 '거미집'은 올해 '칸 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세계 영화 관객을 먼저 만났다. '달콤한 인생'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 이은 김지운 감독의 세 번째 칸 영화제 초청작이다. 팬데믹 이후 영화의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에 '영화' 그 자체가 소재인 '거미집'은 칸을 찾은 수많은 관객과 영화관계자들 사이에서 적잖은 화제가 됐다.
1970년대, 주인공인 영화감독 '김열'은 영화를 다 찍고 나서 꾼 꿈에서 강력한 영감을 받고 이틀만 새로 더 찍으면 걸작이 될 것 같은 근거 없는 확신에 사로잡힌다. 재촬영 장면에 대한 배우와 스태프들의 몰이해와 재촬영 자체가 성가신 제작사, 검열의 압박 등 사방의 적들에게 포위된 김 감독은 자신의 비전을 실현시키려 좌충우돌하며 우스꽝스럽고 눈물 나는 활약을 한다.
■ 더넌2
마이클 차베즈 감독/타이사 파미가·보니 아론스 출연/109분
공포물에 대중성을 가미해서 잔인함은 덜어내고, 가족애와 어드벤처적 스토리를 입힌 '컨저링 유니버스' 작품. 북미 개봉 후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25일 기준 동시기 개봉 외화 중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더넌2는 루마니아 수녀원 사건 4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수녀 모습을 한 악마가 다시 나타나면서 드러나는 공포와 충격적 진실을 그렸다. 1956년, 프랑스의 한 성당에서 신부가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아이린 수녀는 4년 전 자신을 공포에 떨게 했던 악마의 기운을 느낀다. 어두운 밤, 계속해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건들 가운데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는데….
■ 가문의 영광:리턴즈
정태원·정용기 감독/윤현민·유라 출연/99분
'가문의 영광' 시리즈 전편을 제작하고,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을 연출한 정태원 감독과 정용기 연출이 함께 메가폰을 잡았다. 시리즈 누적 스코어 2천만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 시리즈다. 가문의 수장 '홍회장'에게 골칫거리가 딱 하나 있는데, 비혼주의를 선언한 막내딸 '진경'이다. 어느 날 진경은 처음 본 남자 '대서'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장씨 가문은 일등 사윗감의 조건을 두루 갖춘 대서와 진경을 결혼시키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해 온갖 음모를 꾀하는 예측 불허의 스토리 전개로 한바탕 웃음을 선사한다. 장씨 가문에 던져진 지상 최대의 과제, 세기의 결혼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 30일
남대중 감독/강하늘·정소민 출연/119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0월3일 개봉하는 '30일'은 서로의 '찌질함'과 '똘기'를 견디지 못해 마침내 남남의 길을 선택한 '정열'과 '나라'가 동시에 기억상실증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반전을 그린 코믹물. '동반기억상실'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지금껏 본 적 없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소재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영화 같았던 첫 만남 이후 심장 터지는 로맨스를 펼쳤던 커플은 이제 피 터지는 신경전으로 하루하루 전쟁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마침내 남남이 되기로 한 이들은 완벽한 이별을 30일 앞두고 동반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만다. 영화 '스물'에서 아름다운 케미를 보여준 강하늘·정소민이 이번 작품에서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커플로 또 한 번 꿀케미를 선사한다. '명절엔 코미디' 공식을 입증할지 관심이다.
■ 잠
유재선 감독/이선균·정유미 출연/ 94분
지난 6일 개봉이후 꾸준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9월 극장가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연출팀에서 일한 신예감독 유재선이 만든 이 작품은 관람객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꾸준히 발걸음이 늘어났다는 특징이 있다.
관점에 따라 상상과 해석을 더할 수 있는 결말은 실관람객 사이에서 긍정적인 '결말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복선들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관객들의 N차 관람열풍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연기파 배우 정유미·이선균의 몰입도 높은 연기와 탄탄한 장르적 재미까지 더해져 세대불문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