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 영장기각' 여야 모두 誤讀(오독)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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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8  |  수정 2023-09-28 06:56  |  발행일 2023-09-28 제27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 기각으로 대치 정국이 한층 가팔라지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 사과와 법무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고, 국민의힘은 '법원이 개딸에 굴복했다'며 사법부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법원 결정을 겸허히 수용 못 하는 국민의힘이나, 구속영장 기각이 '면죄부'가 아님을 뻔히 아는 민주당의 억지 호들갑이 피장파장이다. 한치도 누가 낫고 못함이 없을 정도로 국민 눈에는 다 못난이다.

민주당이 '영장 기각'을 사법 리스크 탈출로 본다면 오독이다. 영장 기각은 수사의 한 과정일 뿐 무죄 판단의 결과가 아니다. '영장 기각'은 역설적인 요소를 감추고 있다. '리스크'는 되살아났고, 오히려 더 장기화하고 심화하게 됐다. 민주당의 '안심'은 이르다. 이때다 하고 총반격에 나서 '대통령 사과' '내각 총사퇴' '국정기조 대전환' '법무부 장관 탄핵' 등 무리수를 동시다발 추진한다면 정국은 혼돈 속에 빠져든다. 특히 '반동 색출'의 감미로운 유혹에 넘어가 반(反)민주적 행태를 자행한다면 자해(自害)가 될 뿐이다.

국민의힘도 '영장 기각 사유'를 더는 오독 말아야 한다. '이재명 리스크'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대던 태도에서 벗어날 때가 왔다. '이재명 의혹'은 '정치의 시간'을 접고 '사법부의 시간'으로 넘겨야 한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으로서 정치 회복과 정상화가 다급한 과제다. 국민 삶을 지키고 민생의 어려움을 해소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정부 여당의 존재 이유다. 부디 '영장 기각'을 전면전의 빌미로 삼지 말라. 정치가 언제까지 국민에게 계륵(鷄肋) 같은 존재로 남을 것인가. 여야 모두 목을 곧추세울 게 아니라 스스로 부끄러움을 품고 '겸손한 귀성길'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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