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범의 시선] 내년 총선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각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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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9 07:03  |  수정 2023-10-09 07:05  |  발행일 2023-10-09 제22면
장관 탄핵, 총리 해임에다
대법원장 임명 동의 부결
민주, '무소불위' 국회 권력
하태경, '험지 출마론' 실천
TK 정치도 총선 역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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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부국장

볼썽사나운 정치 기록이 쌓이고 있다. 헌정사상 처음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현직 검사 탄핵소추안 국회 의결이 모두 '헌정 신기록'이다. 쉽게 처리할 수 없는 일을 식은 밥 먹듯이 가볍게 해치웠다. 국회의 무게감 따위는 생각지도 않는 모습이다. 하긴 애초 그런 것을 염두에 뒀다면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국회의 무게감이나 국민보다 '진영의 이익'에 목을 맸기 때문에 밀어붙였을 것이다. 고민하는 척, 내부 절차를 거친 것은 위선에 가깝다. 진영의 이익을 사수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은 상대를 악마화하는 것이다. 외부의 적이 분명해지면, 내부의 크고 작은 이견이 잦아든다. 자신들의 모든 행위도 정당화된다. 공정과 상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보면 기가 찬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 의원의 '출장비 논란'은 민망하기 짝이 없다. 윤석열 정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해외 출장비보다 훨씬 많이 사용한 것은 물론 축소 보고 의혹까지 받고 있다. 박 의원이 그동안 한 장관을 얼마나 쏘아붙였나. "가볍기가 깃털 같다"는 식의 훈계조 발언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의 말을 중간에 끊으면서 "정의롭지 않다"고도 했다. 박 의원의 정의는 어떤 정의인가. 출장비 논란에 대한 박 의원의 해명이 궁금하긴 한데, 사실 별 기대가 안 된다. '문제가 없다'는 식의 일관된 뻔뻔함이 충분히 예상된다.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습관이 몸에 밴 듯하다. 지겹다. 도대체 '내로남불'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민주당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35년 만의 부결 사태다. 기록 제조기가 따로 없다. 자기들의 '입맛'에 안 맞다고 국회 권력을 십분 발휘했다. 사법부 수장의 공백에 따른 국민 피해 우려를 가볍게 무시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 사법부 길들이기도 의심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민주당을 향해 "무리하게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도 기각해 줬는데, 그 은혜도 모르고 배은망덕하다"고 비판했다. '배은망덕'의 개념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더 강한 것 같다. 툭하면 '탄핵'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게 그렇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를 점령하는 한 이런 모습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을 '정의의 투사'쯤으로 여기는데,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끼어들 틈이 있을까.

'부산 3선' 국민의힘 하태경(해운대구갑) 의원이 7일 내년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영남권 중진 의원의 수도권 출마 선언은 처음이다. 하 의원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하 의원의 서울 출마에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지만, 불편한 심정을 가진 대구경북(TK) 의원들이 꽤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 의원이 쏘아 올린 '험지 출마론'이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기득권 포기' 분위기가 형성되면 대구경북 의원들이 집중 타깃이 될 것이다. 권력의 눈치나 살피고 자신의 안위에만 신경 쓰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게 TK 의원들이다. 불리할 때만 보수 텃밭을 무시한다고 외친다. 보수의 승리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존재감도 별로 없다. 이준석 전 대표는 TK 정치에 대해 "동네 반장 선거에 최적화돼 있다"고 했다. 동의한다.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을 계기로 TK 정치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내년 총선 드라마의 결말이 이래저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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