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년간 두 배 늘어난 아동학대…아이는 부모 소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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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12  |  수정 2023-10-12 07:00  |  발행일 2023-10-12 제23면

아동학대가 해마다 늘고 재범률도 높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아동학대 사범은 1만7천317명으로 4년 새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대구·경북에서도 최근 5년 새 아동학대 범죄 검거 건수가 3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구속 비율은 1% 미만에 불과하다. 대부분 불구속 기소 또는 벌금형에 그친다. 심지어 상당수는 재판에 넘겨지지도 않는다. 4년 새 전국에서 아동학대 재범도 4배나 증가했다. 국가의 미래인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지 못하고 폭력 등 위험에 노출돼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심히 불행한 일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80% 이상은 부모다. 학대 장소도 주로 가정이다. 부모에 의한 학대는 은폐되기 쉬워 심각성이 더하다. 처벌 강화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관련 범죄는 오히려 잔혹해지고 있다. 2020년 양모의 학대에 시달리다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인 정인이가 숨진 사건은 큰 충격을 줬다. 자녀를 살해한 뒤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가 무슨 죄인가.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억울하게 희생되는 아이들이 불쌍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어떤 명분으로도 아동학대는 용납될 수 없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말도 있다. 우리 사회가 말로만 '아동 인권'을 외쳐 온 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수없이 강조한 말이지만 정부 차원의 근원적인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아동학대 사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다양한 공동체 속에서 아동인권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엄연한 독립적 인격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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