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은 '제78주년 경찰의 날'…33년차 베테랑 형사를 만나다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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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0 07:36  |  수정 2023-10-20 09:03  |  발행일 2023-10-20 제7면
"이젠 사건 기록만 봐도 '딱' 촉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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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부터 33년째 '형사'로 강력사건 현장을 누비고 있는 김지훈 대구 동부경찰서 형사1팀장(경감).

"형사는 경찰의 시작과 끝입니다."

제78주년 경찰의 날(10월21일)을 사흘 앞둔 지난 18일 만난 김지훈 대구 동부경찰서 형사1팀장(58·경감)은 이같이 말했다. '형사'라는 단어가 들어갈 때면 눈빛이 반짝였다. 목소리엔 확신이 넘쳤다. 33년째 형사로 살아온 그가 갖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엿보였다. 책임감과 사명감은 첫 만남에서 느낄 수 있었다.

김 팀장은 형사를 경찰 조직 '최후의 보루'라고 했다. 물론, 숙련된 형사라는 전제를 달았다. 그는 "민생을 침해하는 강·절도범, 조직폭력배, 살인범 등을 검거하는 게 바로 형사"라며 "형사가 무너지면, 경찰 자체가 무너진다. 높아진 국민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선 일선 형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훈 대구동부署 형사1팀장

"형사=경찰의 최후 보루" 자부
손으로 야산 나무뿌리 뒤지며
구속영장 만료직전 시신발견 등
항상 '현장'서 팀원들과 함께

성과·특진은 후배에게 돌리며
퇴직 2년여 앞두고 '마지막 숙제'
"더 많은 훌륭한 형사 키우겠다"


평생 형사로 살아온 그가 보는 훌륭한 형사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법률 지식이나 수사기법 등에 밝아야 한다. 국민에 대해 희생하고 봉사하겠다는 투철한 책임감과 사명감도 중요하다. 범인을 언제든 제압할 수 있는 무도 능력 등 강인한 체력은 기본이다. 김 팀장은 "이 같은 능력이 골고루 갖춰질 때 비로소 훌륭한 형사 1명이 태어난다. 훌륭한 형사는 전인격적 존재"라며 "형사를 3년 정도 하면 스스로 첩보를 얻고 수사를 펼쳐 범인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이때 처음 '형사 맛'을 느끼고, 그 시간이 쌓이게 되면 '민완 형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순경 계급장을 단 날부터 형사를 꿈꾼 그도 처음에는 완벽한 형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강산이 3번 바뀐 세월 동안 그는 강한 끈기와 집념에 더해 뛰어난 감(感)으로 '베테랑'이 됐다. 그는 "과거와 달리 CCTV, 디지털 포렌식 등 추적 수사 기법이 발전한 덕분에 사건 기록만 꼼꼼히 되짚어 보면 어느 순간 '딱'하고 떠오르는 게 있다"며 자신의 감을 발휘한 사건을 소개했다.

김 팀장은 "2016년 사건이다. 심증으로 살인 범행이 의심되는데 시신 유기 장소 특정 등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매일 새벽 늦게까지 고민했다"며 "'(시신 유기가 아닌) 야산에 나무를 심으러 갔다'는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뿌리가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나무가 있는 곳을 유기 장소'라고 봤다. 이를 찾기 위해선 '수색 인력이 삽 대신 손으로 일일이 뿌리를 확인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새벽 3시쯤 들었다"고 했다.

김 팀장의 뛰어난 감 덕분에 당시 경찰은 구속영장 만료 직전 시신을 발견했다. 제때 시신을 찾지 못했다면 사건이 장기화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그의 집념과 감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김 팀장은 항상 '현장'에 있다. 팀원들과 함께 CCTV 확보 등 초기 수사부터 사건 전 과정을 함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후배 형사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셈이다. 범인 검거 등 성과를 낼 때마다 특진 기회는 후배들에게 양보했다. 올해도 팀원 3명이나 승진시켰다.

퇴직까지 김 팀장에게 남은 시간은 2년 남짓. 김 팀장은 더 많은 '형사'를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형사로서 훌륭한 역량을 두루 갖춘 재목들이 경찰서마다 많이 있다. 이들을 발굴해 키워내는 게 마지막 숙제"라며 "(형사) 후배가 잘될 때 나 역시 빛난다. 퇴직하는 날까지 더 많은 것을 주고 간 선배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양승진기자 prom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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