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150년 된 노거수 참느릅나무 동제, 대구 수성구 범어1동

  • 문순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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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5  |  수정 2023-12-12 10:57  |  발행일 2023-11-15 제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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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범어동 150년 된 참느릅나무 앞에서 지난 11일 주민들이 동제를 지내고 있다.

지난 11일 150년 된 참느릅나무(대구 수성구 범어동 784-2) 두 그루 앞에서 동제가 개최됐다.
수고가 15m, 둘레가 2.5m인 이 나무가 심어진 것은 1871년, 최씨네 막내아들은 영덕군 영해 동학혁명에 참가한다며 홀연히 집을 떠났다. 십 년이 흘러도 돌아오지 않는 자식을 생각하며 부부는 참느릅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 세월이 흘러도 끝내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두 나무는 자라서 묵묵히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하였다. 150년이 지난 오늘날 참느릅나무는 마을 지키며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참느릅나무 두 그루는 20여 년 전에는 동도초등학교 울타리 안에 있었는데 범어동 일대가 변하면서 재학생 수가 많아져 증축하려고 할 때 노거수는 베일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동도초등학교 울타리를 끼고 두 그루는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류정길 효성요양원장의 주관으로 11시 동제는 시작되었다. 2021년 11월 11일 오전 11시, '동도초등학교 앞 노거수' 표지판이 설치된 후 시작된 동제는 류정길 원장의 재정지원으로 3년째 동제가 이어지고 있다. 진용수 범어1동 동장을 비롯해 자유총연맹 범어1동 회장 최경순(68)씨와 회원들이 동제 준비를 하였으며, 전경곤 수성중앙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지원으로 대한적십자사 범어1동 박수선 회장과 회원들이 떡국을 준비했다.


제례복을 차려입은 열 한 분 중 축관 류정길 원장이 축문을 올리고 주민들과 함께 제를 지냈다. 수능을 앞둔 자녀와 손주를 둔 할머니, 어머니도 동참하여 기도를 올렸다. 돼지머리에 꽂은 복돈은 작년까지는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였는데 올해부터는 동도초등학교 발전기금으로 기부한다고 했다. 제를 지낸 후 50여 명의 주민은 제상에 올린 음식과 정성스럽게 준비한 떡국을 나눠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동네 토박이인 구자보(76)씨는 이 동네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터줏대감이다. 100여 년 전에는 이 동네가 구씨 집성촌이었다는 구씨는 동도초등 제17회 졸업생으로 어릴 때 노거수 그늘 밑에서 쉬기도 하고, 친구들과 놀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현재 아파트가 들어서고 도심의 구조가 바뀌면서 모두 떠나고 지금은 몇 명만이 동네 지킴이로 거주한다고 말했다.

류정길 원장은 "김상훈 전 동장이 보람 있는 일을 하고 공직생활을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다가 관심 있는 주민과 전문가를 만나고, 남모르는 발품으로 참느릅나무 동제를 지내게 된 것이다"며 동제를 지내게 된 경위를 알려주었다.


예로부터 동제(洞祭)는 마을을 지켜주는 신인 동신(洞神)에게 주민들이 공동으로 지내는 제사로 무병과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행해지는 하나의 향토 문화이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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