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기엔 아까운 명작…★가 살린다

  • 김은경
  • |
  • 입력 2023-11-23 08:19  |  수정 2023-11-23 08:22  |  발행일 2023-11-23 제17면
스타들 자비로 상영회 개최
배우들 나서 '어른 김장하' 상영 추진
조민수, 전 좌석 구매·관객에 나눔
박정민, 시각장애인 등 100여명 초청
영화 '밀수' 화면해설 버전으로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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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른 김장하'·조민수·김종수·허정도·영화 '약속'.
올해 한국영화 생태계는 예년과 사뭇 달랐다. 한해에 한두 편 나올 만한 대작들이 일 년 내내 쏟아지고, 작은 영화들도 줄줄이 개봉일정을 잡으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런 이상 현상을 만든 주범은 코로나19였다. 극장들이 코로나로 수년간 문을 닫으면서 개봉을 하지 못한 영화들이 올해 뒤늦게 줄줄이 개봉을 했기 때문인 것.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개봉작들이 충분히 조명받지 못하는 경우도 잦다. 이런 안타까움 때문이었을까. 스타들이 좋은 영화 알리기에 직접 나섰다. 스타들이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개봉영화 상영회를 개최한 것이다.

◆조민수·김종수·허정도 자비 상영회

지난 15일 개봉한 '어른 김장하'(감독 김현지)는 경남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평생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해 온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교양 작품상을 수상한 화제작으로, 개봉 5일 만에 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겨울 가장 따뜻한 휴먼 다큐멘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권력에 굽히지 않으며 지역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 평등한 세상을 위해 노력한 김장하 선생의 삶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묻게 한다. 진정한 어른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질문을 던지는 '어른 김장하'는 스타들이 자비로 상영회를 개최해 또 다른 미담거리가 되고 있다. 개성파 배우 조민수는 지난 14·15일 두 차례 대구의 오오극장과 서울의 인디스페이스에서 자비로 상영회를 열었다. 영화에서 내레이션을 맡기도 한 조민수는 좌석 전체를 구매한 후 관객들을 초청했다. 또 상영 후에는 직접 진행을 맡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조민수는 "내 삶도 한 번은 바라볼 곳이 정해진 것 같은 느낌"이라며,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이뿐 아니다. 영화 '밀수' '무빙' 등에서 감칠맛 나는 연기로 눈길을 모은 배우 김종수, 영화 '다음 소희'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배우 허정도 역시 바통을 이어받아 자비 상영회를 개최한다.

◆조달환·이상윤이 쏜다 '약속'

민병훈 감독의 영화 '약속'은 천국의 엄마에게 보내는 아홉 살 소년의 따뜻한 러브레터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관객 스코어 5천명을 돌파하는 등 극장을 찾는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영화는 '포도나무를 베어라' '사랑이 이긴다'의 민병훈 감독, 그리고 엄마와 헤어지게 된 아들 시우가 보내는 1년여의 애도와 치유의 시간을 담았다. 감독이 그동안 발표한 영화 중에서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전 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홉 살 아이의 동심이 고스란히 투영된 영화는 "숲을 깨우고 바다를 적시는 사모곡" "시의 스펙터클, 감성의 블록버스터, 이것이 진짜 감동" 등 호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배우 조달환, 이상윤은 자비를 털어 감동나눔 상영회를 23일 서울 메가박스에서 개최한다.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미리 영화를 관람한 두 사람은 영화가 전하는 뭉클한 감동으로 상영회까지 기획하게 되었다는 후문. 영화 상영 후에는 두 배우와 민병훈 감독, 주인공 민시우군까지 모두 참석한 '관객과의 대화'를 마련해 영화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박정민이 쏜 '밀수'

배우 박정민은 지난 8월 시각장애인을 위해 영화 '밀수' 화면해설 버전 상영회를 시각장애인과 보호자 등 100여 명을 초청해 열었다. 화면해설 버전 상영회는 일반 극장 상영작과 달리 시각·청각 장애인 관객을 위해 장면을 말로 읽어주는 화면 해설과 음성 등 각종 소리를 글로 적은 자막 해설을 제공하는 특징이 있다. 그는 자비로 극장을 빌리고, 행사 진행비도 기부했다.

한국장애인연합회에 따르면 박정민은 직접 단체로 연락해 시각장애인을 영화 상영회에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가 이 같은 선행을 펼친 뒤에는 시각장애인인 부친을 향한 효심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박정민은 그동안 베리어프리 영화에 내레이션 재능기부를 하고, 오디오북의 스페셜 낭독 봉사자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선행을 펼쳐왔다.

영화 홍보 마케팅 관계자는 "코로나로 비대면 사회가 앞당겨지고, 여기에 OTT가 급성장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계에서 스타들의 자비 상영회가 따뜻한 감동이 되는 듯하다. 스타들의 선행이 영화계는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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