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어, 횡단보도가 생겼네" 도로에 그려진 노약자 배려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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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05 09:55  |  수정 2023-12-11 15:49  |  발행일 2023-12-06 제24면
대구 동구 아양아트센터 인근 새 횡단보도 설치
고령의 아쿠아로빅 회원들 무단횡단 잦은 구간
한 주민의 건의를 관계 기관이 적극 수용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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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아양아트센터 버스정류장 인근에 새로운 횡단보도가 설치된 모습.

"아이고 좋아라. 정말 횡단보도가 생겼네."


최근 대구 동구 아양아트센터 버스정류장 주변에 새 횡단보도가 등장했다.

횡단보도가 그어진 배경이 남다르다. 아양아트센터 내 수영 아쿠아로빅반 회원 대부분이 무릎이 불편하다. 자가운전을 할 수 없는 연령대인 회원들은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상당수 회원들이 버스정류장을 향하다 자신이 타야 할 버스가 보이면 무단횡단을 하기 일쑤였다. 여유를 갖고 삼거리 횡단보도를 이용하면 되는데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게 회원들의 하소연이다. 걸음걸이가 불편하다보니 아찔한 순간도 간혹 일어났다. '여기 횡단보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푸념도 쏟아졌다.

김창수(85·대구 동구 지저동) 전국자율방재단연합회 자문위원은 부인 이정자(82) 씨가 수영장을 다녀올 때마다 회원들의 하소연을 전해 들었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 취미활동을 통한 재활이 필요하고, 안전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김 씨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 관공서와 관련 기관을 찾아 노인들의 애로점과 불편을 전달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거짓말처럼 횡단보도가 만들어졌다.


이 씨는 "남편이 적극적으로 관계자를 만나 어려움을 전달한 것을 잘 알기에 새 횡단보도가 더 반가웠다. 남편이 부인을 위해 평생 한 일 중에 제일 잘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한때 청년이었던 노인의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 어디를 가도 노인을 쉽게 만난다. 그만큼 노인을 상대해야 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일이 많아진다.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어두워 잘 들리지 않고 걸음걸이도 느리다.

새 횡단보도는 노인에 대한 작은 배려다. '백세시대'를 맞아 노인들의 권익과 복지가 꾸준히 개선되길 기대한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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