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세한 곳의 악마', 비례대표 선거제도 합리적으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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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9  |  수정 2023-11-29 07:01  |  발행일 2023-11-29 제27면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전당대회 규정을 일부 수정키로 결정했다. 당 대표 등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의 투표권 비중을 조정한 것이다.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 비율에서 '권리당원+대의원 총합 70%'는 그대로 두고 양쪽의 1인 1표 비중 격차를 최대 20대 1을 넘기지 않기로 했다. 이는 현재 대의원 1표와 권리당원 1표가 거의 60대 1의 가치로 편차가 심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번 결정을 놓고 일각에서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 권리당원'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비판한다. 하지만 특정 정당의 내부 속사정을 떠나 상식선에서 보면 합리적 선택으로 보인다. 극소수 대의원의 의중이 유력 정당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한다면 결코 민주정당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우리는 현행 국회의원 선거(총선)의 비례대표 선정 방식에도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준연동제란 모호한 이름도 그렇고, 복잡한 수학 공식을 넣어야 가능한 의석배분 방식도 납득하기 어렵다. 공식을 아는 정치인도 없다. 국민도 모른다. 현행 제도는 이상한 정당들이 '떴다방'처럼 우후죽순 생겨나 3% 이상 받으면 비례대표 의석을 퍼주는 형식이 돼 버렸다. 정치 규칙에 정의가 사라져버렸다.

정치제도는 선명해야 한다. 미분 적분 공식 같은 방식이 동원되는 것은 '세세한 곳에 악마가 있다'는 경고를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다. 민주당은 '현행 연동제 폐기'를 깊이 숙고하고, 연동형이든 병립형이든 비례대표의 순수한 취지에 어울리는 간명한 선거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그게 160석이 넘는 민주당의 합리적 선택이 될 것이다. 29일 민주당의 의원총회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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