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마음 속에 남아 있어요." 신도시 건설로 철거된 포항시 흥해읍 인제동 제당

  • 송은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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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12 11:31  |  수정 2023-12-13 08:40  |  발행일 2023-12-13 제28면
수 백년 동안 주민과 희노애락 함께 해
지난달 28일 안전기원제 끝으로 철거돼
이안리 일대 신도시지구 개발사업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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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흥해읍 이인2리 주민과 공사 관계자 등이 마을 제당 철거 고유 및 안전기원제를 지내고 있다.

"오랜 세월 풍년 농사, 주민 안녕, 가축 번성 등 우리 마을의 모든 길흉화복을 관장하시던 인제동주신, 천제단신이시여. 신도시 건설로 부득이 마을 제당을 철거하게 되었습니다. 제당이 사라지고 신도시가 건설되더라도 주민 모두는 영원히 두 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무쪼록 무재해 준공과 주민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옵나이다. 상향."

지난달 28일 오전, 경북 포항시 흥해읍 이인2리(인제동) 마을 제당에서 고유제 및 안전기원제가 열렸다. 현재 이인리 일대는 포항 KTX 신도시지구 도시개발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400년 역사를 지닌 인제동은 올해 봄까지만 해도 정 씨, 이 씨를 중심으로 30여 호가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안전기원제가 열린 날,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택지조성으로 마을은 물론 주변 산과 들이 모두 깎여나가거나 매립됐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마을 흔적이 허허벌판 한가운데 서 있는 마을 제당이었다.

인제동 마을 제당은 수백 년 세월 동안 마을 주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공간이었다. 마을 입구에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있었고, 숲 안에 제당이 있었다. 제당은 정면 1칸, 측면 1칸의 작은 목조건물로 콘크리트블록 담장에 둘러싸여 있다. 두 평 남짓한 제당 내부 북쪽 벽면에는 나무로 만든 2개의 붙박이 감실이 있다. 감실 안에는 마을 수호신에 해당하는 두 신의 나무 위패가 모셔져 있다. 왼쪽이 마을 수호신인 '인제동주신', 오른쪽이 하늘신인 '천제단신'이다. 제당 안 한쪽에는 동제 때 사용했던 옹기단지, 솥, 제기 등이 놓여 있다. 수백 년 세월 동안 이곳에서 행해졌던 인제동 동제는 작년 정월대보름 동제가 마지막이었다.

마지막까지 공사장 한가운데서 마을을 지키고 섰던 제당은 안전기원제를 끝으로 철거됐다. 제당 안에 있던 위패와 제기 등은 제당 뒤 땅에 묻었다.

안전기원제에 참석한 이인2리 이장 정병윤(67) 씨는 "평생 곁에서 지켜봤던 마을 제당이 사라진다고 하니 너무 아쉽다. 그래도 마을 주민들의 마음 속에 늘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송은석 시민기자 3169179@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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