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72세 동갑내기 4인조 난타 댄스 봉사동아리 '작은 아씨들'

  • 조경희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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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11 11:58  |  수정 2023-12-13 08:39  |  발행일 2023-12-13 제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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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세 동갑내기로 구성된 4인조 난타 댄스 봉사동아리 '작은 아씨들'이 지난 10월27일 대구 북구 학정로 들녘에서 열린 '논두렁밭두렁마을축제'에서 공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순남·권현자·곽춘자·박정애씨.  <함지 노인복지관 제공>

지난 10월28일 가을걷이를 끝낸 대구 북구 학정로 들녘. 매년 이맘때면 이곳에서 열리는 '논두렁 밭두렁 마을축제' 행사장에 4인조 여성그룹이 떴다. 이들은 장구를 신명나게 두들리고 있었다. 난타 댄스 봉사동아리 '작은 아씨들'을 처음 본 날이다. 하늘, 들판, 빌딩을 배경으로 '풍악을 울려라' '멋진 인생' '태평가' '밀양아리랑' '노랫가락 차차차' 등 흥겨운 가락이 이어졌다.


무대 아래에서 보면 좀체 이들의 나이를 짐작할 수 없다. '난타 댄스'라는 장르도 그렇고, '작은 아씨들'이라는 동아리 이름도 그렇다. 정체가 궁금했다. 그날 이후 한 달쯤 지나 이들이 공연을 한다는 대구 북구 함지노인복지관(관장 김창환)을 찾았다.


"무대에 서는 날 아침에는 설레지요. 의상을 고르고 화장을 해요. 속눈썹까지 붙입니다."
"우리는 키가 고만고만해서 '작은아씨들'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작은아씨들은 단장 권현자씨와 단원 이순남·박정애·곽춘자씨 등 모두 동갑내기로 구성돼 있다. 믿기 어렵지만 이들의 나이는 일흔 둘이다. 대구 북구 읍내동과 관음동에 살고 있는 이들이 인연을 맺은 것은 10년 전인 60대 초반이었다. 함지노인복지관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북·장구·고전무용·민요·난타댄스 등 배우고 싶은 건 다 섭렵했다. 젊은 시절 살림하고 아이 키우느라 못 해본 것들을 노년에 복지관을 만나 '여고생'처럼 설레면서 배워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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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의상으로 갈아 입고 무대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작은아씨들'. 왼쪽부터 박정애·권현자·이순남씨. 곽춘자씨는 이날 참석하지 못했다.  <함지노인복지관 제공>

난타 동아리를 결성한 때는 지난해다. 북구문화재단 어울아트센터에서 '동아리 발표회' 첫 공연을 가진 후 효성실버타운과 인근 요양원 등으로 연주봉사를 다니고 있다. 특히 함지노인복지관 자체 행사가 있는 날에는 '작은아씨들'이 단연 인기 최고다.

 

"실버타운과 요양원에 계신 분들은 우리가 새댁인 줄 알아요. 깜박 속아요. 우리가 가면 같이 춤도 추고, 기억을 잃은 분들이 잠시라도 즐겁게 노니 연주하는 우리도 기분이 좋아져요."


이들은 삶이 바쁘고 즐거워 자식들한테 기댈 틈도 없단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활동하니 가족도 좋아한다며 지금이 가장 좋은 시절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상도 타고 공연도 하니 가족들이 큰 관심을 가졌는데, 이젠 아예 내놨어요. 호호호. 돈까지 주면서 나가 놀라고 한다니까요."


권 단장을 비롯한 멤버들은 노인복지관을 모르고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며 가까운 복지관을 이용해 노년의 삶을 건강하고 즐겁게 살기를 바랐다. 현재 함지노인복지관에는 700여 명의 어르신이 이용하고 있다. 만 60세부터 이용할 수 있으며, 이용자의 평균 나이는 70세 정도다.
조경희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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