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슬며시 제품 용량 줄여…화 치미는 '꼼수 가격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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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15  |  수정 2023-12-15 07:04  |  발행일 2023-12-15 제27면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소비자의 분노를 사고 있다. 기업이 제품 값은 유지한 채 용량을 줄여 실제로는 인상 효과를 누리는 행위를 일컫는다. 용량으로 장난질 치는 것인데 명백한 꼼수요, 기만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가공식품 등 9개 품목 37개 상품의 용량이 실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3일 '용량 축소 정보 제공 확대 방안'을 내놨다. 용량이 바뀌어 단위 가격이 오를 경우 포장지에 '용량 변경'을 표시하도록 했다. 이행하지 않을 땐 '사업자 부당 행위'로 규정하기로 했다. 경우에 따라 좀 더 엄중한 페널티가 필요하다.

고물가 시대, 슈링크플레이션이 다가 아니다. 가격은 그대로인 채 제품·서비스의 질을 낮춰 원가를 절감하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도 횡행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슈링크플레이션보다 더 불쾌할 수 있다. 낱개 상품 대신 묶음 가격을 슬쩍 올리는 '번들플레이션(bundleflation)',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료의 기습적 인상을 일컫는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도 빼놓을 수 없다.

고물가 속 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를 감쪽같이 속이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신뢰까지 깬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용량 축소'를 소비자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양해를 구하는 게 도리 아닌가. 기업은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신뢰 유지를 위해서도 '정도 경영'을 지켜야 한다. 차제에 식약처·공정거래위 등 관계 당국이 기업의 꼼수 경영 행태를 근절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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