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송 전 대표 돈봉투 '형님 아우 습성', 정당문화에서 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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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0  |  수정 2023-12-20 06:56  |  발행일 2023-12-20 제27면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전 대표가 19일 영장실질심사 끝에 결국 구속됐다. 민주당은 이재명 현 대표에 이어 또 하나의 사법리스크를 확실히 추가하게 됐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5월2일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봉투의 위력으로 그가 당선됐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분명한 점은 사건의 배경에 그가 위치한 것이 녹음파일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이미 구속된 의원들의 재판에서도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송 전 대표는 여기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도 받고 있다.

국민입장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굉장히 불쾌하고 충격적이다. '민주성'을 자랑한다는 전통의 민주당에서 당선을 부탁하며 돈을 뿌린다는 관행이 살아있다는 데 대한 놀라움이다. 민주당 측도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있을 수 없는 부패"라고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송 전 대표가 보인 그간의 태도는 한국정치가 미래 개혁으로 나아가길 희망하는 다수 국민들의 바람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이 정도 돈으로 야당 대표를 수사하는 전례가 없다. 검찰 독재의 탄압"이라고 반론을 폈다. 설득력은 고사하고 스스로 올가미를 맨 자충수였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검찰의 표적 수사를 논하기 전에 같은 당 사무부총장의 녹음파일로 불거졌다. 송 전 대표의 논리라면 사법당국은 불법을 보고도 눈을 감는 직무유기가 된다. 과거 운동권이나 정치권에서 '형님 아우' 식으로 탈선하던 습성은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 설상가상 표를 요구하며 금품을 건네는 행위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최악의 부패다. 정치인들은 더욱 옷깃을 여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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