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손님들과 함께 모았어요" 대구 동구 한 식육점 13년째 헌혈증서 기증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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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2 08:53  |  수정 2024-01-02 09:23  |  발행일 2024-01-03 제24면
대구 동구 신암동서 식육점 운영하는 이태원씨
헌혈증서 1장당 돼지고기 한 근 맞교환 이벤트
매년 대구 동구자원봉사센터에 헌혈증서 기증
헌혈증서1
이태원(왼쪽)씨가 운영하는 식육점을 찾은 한 손님이 헌혈증서함에 헌혈 증서를 넣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헌혈 증서 모금함을 들고 대구동구자원봉사센터를 찾은 사람이 있다. 대구 동구 신암동에서 식육점을 운영하는 이태원(59) 사장이다.


센터에 도착한 이사장은 헌혈 증서함을 열고 탁자 위에 내용물을 쏟았다. 헌혈 증서함에서 나온 건 헌혈증서 316매와 현금 3천원이었다. 고기를 사러 왔다가 '좋은 일 한다'며 손님이 넣은 것이다.

이 사장이 헌혈 증서를 모으기 시작한 건 13년 전. 서랍을 정리하다 발견한 헌혈 증서를 보며 집집마다 잠자고 있을 헌혈 증서를 유익한 곳에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이 사장은 헌혈 증서 한 장을 가져오면 돼지고기 한 근과 맞교환 해주자고 마음을 먹었다. 처음엔 지인들이 중심이었다. 의아하게 여기거나 부끄러워 망설이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동참했다. 헌혈 증서가 한 장 한 장 늘어날 때마다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사장은 기뻤다. 1년 동안 모아온 헌혈 증서는 연말 대구동구자원봉사센터에 기증한다. 매년 250~350매의 헌혈증서가 모인다. 입소문이 나면서 간혹 대수술이나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지인이 직접 식육점을 찾아와 사정을 이야기하고 헌혈 증서를 받아 가기도 한다.

전통시장의 침체로 손님이 감소하는 상황에도 시장 한 켠에 자리잡은 식육점에는 헌혈증서가 꾸준하게 모이고 있다. 소문을 듣고 경기도에서 택배로 헌혈증을 보내준 사람도 있었다. 대구로 출장 올 때면 꼭 챙겨오는 것이 헌혈 증서라는 사람, 대구로 유학 온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헌혈 증서 모으기에 동참한다.

이 사장은 "헌혈증을 가지고 방문하는 손님은 좋은 일에 동참하는 만큼 당당했으면 좋겠다. 가끔 선뜻 헌혈 증서를 내밀지 못하는 손님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가끔 지인들이 "요즘처럼 불경기에 헌혈증 모으기를 중단하라"고 염려 섞인 권유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이사장은 "1남 2녀 중 두 딸은 결혼을 했고 아들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매출은 감소해도 돈 들어가는 곳이 줄었으니 괜찮다"며 오히려 지인들을 다독인다.

이 사장은 "지인들이 헌혈 증서가 필요하다고 왔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라며 "올해는 더 많은 사람이 헌혈증서 모으기에 동참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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