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공천'한다며 TK 학살? 玉石 분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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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9 07:05  |  수정 2024-01-09 07:06  |  발행일 2024-01-09 제23면

국민의힘은 어제 정영환 고려대 교수를 4월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흘 앞서 공관위(위원장 임혁백) 구성을 마무리했다. 원내 1, 2당에 대한 비호감으로 부동층이 늘어난 가운데 '혁신 공천'은 총선의 마지막 승부처다. 링 위에서 싸울 선수를 뽑는 만큼 결정적 요소가 없다. '공천=당선' 공식이 유효한 대구경북은 사실상 본선 경쟁과 진배없다.

'혁신 공천'에는 기대와 공포감이 함께 담겨있다. 적절한 인적 쇄신은 국민적 요구이다. 증오의 정치, 극단의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이를 부추기는 정치인부터 퇴출하는 게 순서다. 참신하고 유능한 새 인물들이 새 언어와 새로운 태도로 국정을 논하는 정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반면 '혁신 공천'엔 함정이 있다. 말로만 '혁신 공천'이지, 실제로는 '비주류 공천 학살' '내 사람 심기'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대구경북 공천에서 우려하는 지점이다.

'비정치 법조인' 공관위원장 등장에 대구경북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치권과 인연이 없어 눈치 보지 않고 물갈이할 것이란 말들이 오간다. 기존 의원들을 '기득권'으로 표현하는 한동훈 위원장의 어법도 심상찮다. TK에선 역대급 물갈이 신호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TK 현역 교체율 70~80%설, 가끔 90%설까지 나도는 건 지나치다. 이건 혁신이 아니라 학살 수준이다. 새 인물도 필요하지만, 대들보도 필요하다. 오래 키워야 재목이 되는 건 정치인이나 나무나 같은 이치다. 특히 대구경북엔 이미 새 인물은 많지만 대들보로 쓸 재목이 없다. 옥석을 분별한 혁신 공천으로 옥이나 돌을 다 태운다는 '옥석구분(玉石俱焚)'의 화(禍)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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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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