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선대 유지마저 부정하고 전쟁? 오판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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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7  |  수정 2024-01-17 06:54  |  발행일 2024-01-17 제27면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한 최고인민회의 '결정'은 남북관계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예고한다. 북한은 끝내 군사적 수단에 의존하기로 결심을 굳힌 듯하다. 모든 대화 창구를 폐기하고 고립을 자초하며 반민족적 대결광증을 드러냈다. 북의 비이성적 도발을 비난만 하고 있는 건 무의미하다. 우리에게 닥친 실체적 문제는 '안보가 경각에 달렸다'는 사실이다.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 버려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평통, 민족경제국,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남북 대화·교류의 문을 잠갔다.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철거 지시는 뜻밖이다. 김일성의 통일원칙을 기리는 탑 아닌가. 경의선을 '회복 불가 수준으로 끊을 것'도 지시했다. 남북 연결·금강산사업은 김정일의 유산이다. 할아버지·아버지 유지마저 끊을 각오니 '허세'로만 볼 수 없다. 두 개의 전쟁에 발 묶인 미국, 대만 총통 선거 후 긴장이 고조된 양안 관계, 중동발 글로벌 공급망 혼란 등 악화 일로의 국제 정세도 한반도 위기 지수를 높이고 있다.

"한반도 상황이 1950년 이후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 "김정은이 언제 어떻게 방아쇠를 당길지 모르지만, 지금의 위험은 한미일이 늘 경고하는 '도발' 수준을 넘었다" "2024년 동북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최소한 염두에는 둬야 한다"는 말은 적의 경고가 아니다. 우방 미국과 한국 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반도가 위험하다'는 신호를 허투루 여겨선 안 된다. 대량파괴 무기의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한반도에서 당사자 어느 한쪽이 이기는 전쟁이란 없다.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어떠한 전쟁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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