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국향 시민기자. |
분유를 먹고 자신의 트림 소리에 놀라던 아이, 과식으로 칭얼거릴 때 등을 토닥이며 손 그네를 태우면 배에서 나는 '찰랑찰랑' 소리에 까르르 웃던 아이, 젓가락을 만 20개월부터 능숙히 사용하던 아이, 색종이 가위질을 잘하던 아이, 어린이집 재롱 잔치에 긴장한 엄마의 모습에도 의연하게 연기하던 아이, 초등학교 시절 세 명의 '독박 육아'로 정신없던 때 손 갈 것 없던 아이, 중학교 시절 쌍둥이 동생의 병 수발에 관심이 줄어들어도 이해하던 아이였다. 고등학교 시절 늦은 사춘기에 막연한 불만으로 힘들게 했던 아이, 집에서 학교까지 도보 10분 거리를 승용차 마중을 원했던 아이, 4살 터울 언니와 작은 일에도 사생결단으로 싸우던 아이,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에 힘들어 하던 아이. 내겐 사랑스러우면서도 벅찬 아이였다.
아이는 이제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해 객관적 시선으로 부모를 이해하고 존중과 배려를 할 줄 아는 성인이 되었다. 아이는 가끔 집에 들른다. 매번 아쉽다. 거리가 멀다. 집에 들르는 횟수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면 또 힘들겠지만 너무 그립다. 지독한 짝사랑이다. 어느 유명한 스타강사는 '빈 둥지 증후군'을 느끼면 안 된다고 했다. 자식들을 다 키운 후의 인생을 즐기고 자아를 찾으라고 했다.
아이가 독립을 준비하던 겨울이 또 지나고 있다. 아이의 인생을 조용히 응원하고, 나의 삶을 살아야겠다.
황국향 시민기자 jaeyenv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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