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햄버거 가게 앞을 지나며

  • 황국향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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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3 09:48  |  수정 2024-01-24 08:42  |  발행일 2024-01-24 제24면
아이가 아르바이트 하던 곳과 같은 브랜드 점포
이제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 독립한 아이
'아이의 인생 조용히 응원하고 나의 삶 찾겠다'

 

황국향
황국향 시민기자.

이직을 하면서 바뀐 출퇴근길에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를 지난다. 4년 전 둥지를 떠나 오롯이 자신의 삶을 비행하는 둘째 아이가 대학을 다니며 아르바이트한 곳과 같은 브랜드의 점포다. 어쩌다 서둘러 지나칠 때도 있지만, 출퇴근길에 마주하는 햄버거 가게를 볼 때 마다 가슴 한 쪽이 아련하다. 가끔 햄버거 가게에 들러 아르바이트생들의 얼굴 표정을 보면서 아이와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아이는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도 고단함을 내색하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분유를 먹고 자신의 트림 소리에 놀라던 아이, 과식으로 칭얼거릴 때 등을 토닥이며 손 그네를 태우면 배에서 나는 '찰랑찰랑' 소리에 까르르 웃던 아이, 젓가락을 만 20개월부터 능숙히 사용하던 아이, 색종이 가위질을 잘하던 아이, 어린이집 재롱 잔치에 긴장한 엄마의 모습에도 의연하게 연기하던 아이, 초등학교 시절 세 명의 '독박 육아'로 정신없던 때 손 갈 것 없던 아이, 중학교 시절 쌍둥이 동생의 병 수발에 관심이 줄어들어도 이해하던 아이였다. 고등학교 시절 늦은 사춘기에 막연한 불만으로 힘들게 했던 아이, 집에서 학교까지 도보 10분 거리를 승용차 마중을 원했던 아이, 4살 터울 언니와 작은 일에도 사생결단으로 싸우던 아이,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에 힘들어 하던 아이. 내겐 사랑스러우면서도 벅찬 아이였다.

아이는 이제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해 객관적 시선으로 부모를 이해하고 존중과 배려를 할 줄 아는 성인이 되었다. 아이는 가끔 집에 들른다. 매번 아쉽다. 거리가 멀다. 집에 들르는 횟수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면 또 힘들겠지만 너무 그립다. 지독한 짝사랑이다. 어느 유명한 스타강사는 '빈 둥지 증후군'을 느끼면 안 된다고 했다. 자식들을 다 키운 후의 인생을 즐기고 자아를 찾으라고 했다.

아이가 독립을 준비하던 겨울이 또 지나고 있다. 아이의 인생을 조용히 응원하고, 나의 삶을 살아야겠다.

 


황국향 시민기자 jaeyenvv@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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