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천국에 사는 기분" 66세 실용음악 만학도의 열정

  • 천윤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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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30 11:25  |  수정 2024-01-31 08:28  |  발행일 2024-01-31 제24면
대가대 실용음악과 재즈피아노 전공 최복심씨
지난해 과 수석으로 장학금, '편입생 수석 처음'
"나이와 상관없이 용기를 내 일단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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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세에 대구가톨릭대 실용음악과에 편입학한 최복심씨.  <최복심씨 제공>
"천국에 사는 기분이 이런 걸까요. 손자 손녀 같은 젊은 학생들과 강의실에서 함께 연주하며 공부하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지만 너무 행복합니다."

지난해 대구가톨릭대에 편입학한 최복심(66·경산 진량읍) 씨는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생 신분이 되면서 신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3월 실용음악과 재즈피아노 전공으로 편입학한 최 씨는 첫 학기 젊은 학생들을 제치고 과 수석의 영광을 안았다. 학점은 평균 4.3이었다.

지난해 말 김정우 총장으로부터 성적우수자 등에게 지급되는 '꿈 장학금'을 받은 최 씨는 "젊은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어 줘 고맙다는 칭찬까지 들었다. 학과의 한 교수는 편입생이 수석을 하는 경우는 그동안 없었고, 더욱이 만학으로 이렇게 우수한 성적을 받기는 힘들다고 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웠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음대에 진학하지 못하고 가정과에 입학했던 최 씨는 성당에서 피아노 반주 봉사를 하면서 좀 더 잘하고 싶어 대학에 들어갔다. 한때 피아노 학원도 운영했지만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실용음악은 익숙하지 않은 분야인 데다 휴대폰으로 출석 체크하고 컴퓨터로 악보를 그려야 하는 교육 환경도 낯설었다.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구입했지만 새로운 기기에 익숙하지 않아 젊은 학생들의 도움을 받으며 배웠다.

최 씨는 "동료 학생들과 앙상블 연주 실기수업을 할 때면 다른 악기와 맞춰 나가기가 쉽지 않았지만, 멜로디만 보고 즉흥적으로 변화 있게 연주할 수 있어 정통 클래식 연주보다 재미있고 신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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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심(왼쪽)씨가 젊은 학생들과 앙상블 수업을 하면서 재즈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최복심씨 제공>
무엇이든 배우기를 좋아해 한식·중식·일식 요리사와 바리스타 자격증도 갖고 있다. 그림 그리기와 바느질로 잘 해 손수 옷을 만들거나 리폼해 입는다. 최 씨는 "나이가 많아도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내었는데 참 잘한 것 같다"며 "이번 학기 수석 자리는 놓쳤지만 다음 학기에는 더 열심히 할 작정이다. 등수보다 열심히 배우는 게 즐겁다"고 했다.

또 "밤에 알바를 하는 젊은 학생들이 수업을 빼먹거나 수업시간 중 졸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자식 같은 마음이 들어 자주 밥을 사고 공책이나 필기구도 사주며 어울릴려고 노력한다"며 "나이가 많아 공부할 수 있을까 주저하는 사람이 있으면 용기를 내어 일단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글·사진=천윤자 시민기자kscyj8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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