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윤재정·조지은씨 부부에게 선물 같은 넷째 찾아오다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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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3 11:13  |  수정 2024-02-14 08:08  |  발행일 2024-02-14 제24면
조지은
윤재정·조지은씨 부부가 아들 준서군, 딸 정현·선현양, 막내딸 아현양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지은씨 제공>

윤재정(52·대구 동구)·조지은(42) 부부는 지난해 11월13일 셋째 딸 아현(3개월)을 출산했다. 첫째 선현 (여·19), 둘째 정현(여·16), 셋째 준서(남·12)에 이은 네 번째 자녀다.

이들 부부가 넷째를 출산하기까지는 갖가지 일이 많았다. 조씨는 친구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일찍 결혼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임신을 했고 태어난 아이가 첫돌이던 해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서울의 한 구청에서 근무했다. 둘째를 임신하면서 대구로 직장을 옮겼다. 둘째는 여덟 살까지 친정어머니가 돌봤고 셋째도 태어났다. 둘째가 아홉 살이 되면서 가족은 한집에서 살게 되었다. 요즘 보기 드문 대가족이다.

직장인, 아내, 세 자녀의 엄마로 1인 3역의 조씨는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역할이다. 선현이 고3이던 지난해 조씨는 계획에 없던 넷째를 임신했다. 아이를 좋아하는 부부는 선물이라 여기며 낳기로 했다. 임신 소식을 들은 친정어머니가 한사코 말렸다. "아이가 3명이나 있고 윤 서방 나이가 쉰이 넘었는데 힘든 일을 자처하느냐"고 성화였다. 출산예정일이 수능 날짜와도 비슷해 고 3인 첫째도 예민해져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수험생에 집중하는 보통 가족들과 달리 모든 것을 임신한 태아에 맞추어서 계획하고 준비를 한 탓이다. 11월13일 수능을 3일 앞두고 넷째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아이를 출산한 산부인과 병원 원장은 "넷째 출산아는 내 손으로 처음 받아봤다. 그것도 40대 초반의 나이에 자연분만이라 참으로 대단하다"고 말했다.

출산을 반대하던 친정어머니는 막상 태어난 아이를 보더니 엄청나게 좋아하며 잠시도 아이한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산후조리까지 자처했다. 서운함을 드러냈던 첫째도 막내 아현을 보면서 그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삼 남매가 10분씩 아기를 돌봐줘도 30분이 지나간다. 모유를 수유하는지라 엄마의 젖을 물고 잠이 든 아현을 바라보면 또 다른 행복이 밀려온다.

"잠은 잘 자나? 혼자 힘들어서 우짜노." 손녀가 보고 싶고 도움이 필요한 건 알지만 도와줄 형편이 못 되니 시어머니가 걱정되어 전화로 근황을 묻는다. 울산에 거주하는 조씨의 시어머니는 100세인 시할머니와 암 수술을 한 시아버지(78)의 병시중을 하는 처지라 마음뿐이다. 그래서 "저희는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마시라"며 도움의 손을 전혀 내밀지 않는다.

조씨는 "넷째를 낳으면 애국자다"라는 말이 달갑게 들리지 않는다. 여성은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이 염려되어 출산을 미루기도 한다. 반면 출산을 선택하면 많은 것을 내려놓는다. 

남편은 "가정이 먼저고 우리의 아이가 우선이다. 승진 좀 늦다고 애달파 하지 마라"며 위로한다. 대구시에서 여자 공무원이 넷째를 출산한 것은 거의 사례를 찾기 힘들다. 조씨 부부는 "다섯째도 찾아오면 낳을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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