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잘못된 '경쟁'

  • 장석원
  • |
  • 입력 2024-02-08 06:47  |  수정 2024-02-08 06:47  |  발행일 2024-02-08 제22면

2024020701000211500008201
장석원기자〈경북본사〉

통일신라 말기, 혼란기는 극에 달한다. 신라의 중앙집권력이 약화하자 지방호족들이 들고일어났기 때문이다. 들고 일어날 정도가 아니라 반란을 주도할 정도로 힘이 막강해졌다.

이 틈을 비집고 견훤은 후백제를, 궁예는 후고구려를 세운다. 견훤은 뛰어난 지략을 가진 책사를 둔 탓에 왕건과의 전투에서도 승리하는 등 신라 경애왕까지 섬멸했다.

하지만 이렇게 승승장구한 견훤도 무너지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식들의 권력 다툼이 원인이다. 견훤은 10명이 넘는 자식을 뒀다. 이 중 넷째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하자 3명의 아들이 반발해 반란을 일으켜 동생을 살해한 뒤 권력을 차지했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따르면 견훤은 왕건에게 군사를 내어 자신을 배신한 아들들을 직접 벌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견훤과 후백제는 신라의 잘못된 점을 개혁해 새로운 이상적 나라를 구현하지 못하고 그대로 답습함으로써 스스로 멸망을 자초했다. 권력에 눈이 먼 자식을 경쟁시키는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다.

최근 안동과 예천지역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에 따른 의견이 분분하다. 안동이 단독 선거구가 될 조짐을 보이면서다. 예천은 몇십 년간 예천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예천은 인구가 부족해 단일 선거구가 어렵다 보니 문경 혹은 영주, 안동과 같이 통합 선거구로 이어져 왔다.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외를 당하여 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안동과 예천지역 대부분의 광역·기초의원들이 안동 분리를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자신에게 공천을 준 국회의원에게 '권력 충성'을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예천군민들은 '잘못된 경쟁'을 하는 이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참에 국회가 제시한 예천-의성-청송-영덕과 선거구가 묶이면 어떨까. 정치적 견해는 배제하고 경북도청신도시와 대구경북신공항이 뜨거운 감자임을 감안해서 안동 출신의 국회의원과 예천-의성-청송-영덕의 국회의원이 지역개발을 놓고 한판 뜨거운 경쟁을 벌이게 하면 어떨까.

이는 자연스럽게 양 단체장 간 경쟁으로 이어지고 광역·기초의원들도 경쟁하지 않을까. 국내외 시장은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제 정치도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하도록 하면 어떨까. 이것은 '잘못된 경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선거구획정위 결정만 남았다.
장석원기자〈경북본사〉

기자 이미지

장석원 기자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와 다양한 영상·사진 등 제보 부탁드립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북지역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