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딸에게 받은 특별한 퇴임선물

  • 한영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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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5 14:08  |  수정 2024-03-06 09:19  |  발행일 2024-03-06 제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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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윤주씨에게 받은 이벤트 선물 앞에서 이성환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성환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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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설에 이성환씨와 딸 윤주씨가 찍은 기념사진. 이성환씨 제공

"모든 일은 시작보다 끝이 중요하고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평생 홀로 딸을 키우며 두 배로 고생한 아빠의 퇴임을 두 배로 더 챙겨드리고 싶었습니다."

이성환(62) 씨는 지난 1월 31일 천일고속을 정년퇴임 했다. 고속버스 운전기사로 보낸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고 퇴임 후의 삶을 고민하던 차 딸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퇴임 이벤트를 선물로 받았다.

딸 윤주(29) 씨는 '운행종료'라는 글을 새긴 고속버스 케이크, '최고의 아버지상'이라는 상장과 함께 깜짝 이벤트를 준비해 이 씨를 놀라게 했다.

이 씨에게 딸의 퇴임 선물이 더 특별했던 이유는 병으로 아내를 잃고 16년 동안 홀로 딸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이 씨는 "딸에게 엄마 역할을 해줄 수가 없어서 늘 미안했는데 다행히 반듯하게 잘 자라 주었다"며 고마워했다.

윤주 씨는 '아빠가 곧 자신'이라고 했다. 그녀는 '좋은 일이 생기면 아빠가 얼마나 좋아하실까. 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아빠가 얼마나 속상하실까'라는 생각으로 힘든 일이 생겨도 참고 견뎌냈다고 한다. 아빠도 자신과 똑같을 것이라 여기면서 말이다.

그녀는 "17살 때 학생은 늘 학생다워야 한다며 엄격하시던 아빠가 생일선물로 귀걸이를 사주셨는데 너무 기쁘고 감동스러웠다"고 회상했다. 귀걸이를 수선해가며 닳을 때까지 착용해 현재는 쓸 수 없지만 잃어버리지 않게 보관할 만큼 소중한 선물이다.

윤주 씨는 아빠의 퇴임을 보며 "혹시라도 사회에서 분리되는 기분이나 우울해지면 어쩌나 많이 걱정된다"며 "일만 하며 취미생활 하나 없이 고생하신 아빠가 이제는 삶을 즐기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부녀는 날이 따뜻해지면 둘만의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윤주 씨는 예전 아빠가 자신을 데리고 신혼여행지였던 부산 태종대에 갔었는데 그날따라 날이 흐려서 가는 길 내내 잠만 자고 짜증내다 돌아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그날이 후회스러워 퇴임하면 꼭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다. 비행기 한 번 타보지 못한 아빠를 모시고 꼭 다녀오겠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아빠 몰래 동영상까지 촬영하며 퇴임 이벤트를 준비한 윤주 씨는 "아빠의 눈가가 촉촉해지는데 자신도 눈물이 날 것 같아 괜히 말을 돌리며 태연한 척 했다"면서도 "애교 없는 아들 같은 딸이라 항상 미안했는데 앞으로는 남들보다 두세 배 더 잘해서 아빠를 기쁘게 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화 시민기자 ysbd418@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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