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의 제1야당, 분란의 뇌관은 이재명 대표 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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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9 06:54  |  수정 2024-02-29 06:55  |  발행일 2024-02-29 제23면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거의 분당 수준에 가까운 내분을 겪고 있다. 4·10 총선의 '공천이란 현찰'을 두고 벌이는 투쟁이다. 공천파동은 선거철이면 여야 가릴 것 없이 으레 등장하지만 이번 민주당 사태는 그 수준을 넘었다. 분란의 한복판에는 이재명 대표가 자리한다.

민주당의 5선 중진인 설훈(경기 부천을) 의원이 28일 탈당을 선언했다. 당을 떠나면서 그는 이 대표를 향해 혐오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지배를 받는 전체주의 사당(私黨)으로 변모했고, 이 대표는 연산군처럼 반대 인물들을 쳐내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이 대표는 그저 자신이 교도소를 어떻게든 가지 않을까만 생각한다"고도 했다. 반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홍영표 의원은 "이 대표가 혁신을 주장하지만 본인의 가죽부터 벗겨야 한다"고도 했다. 설상가상 문재인 전 대통령 첫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의원은 자신의 옛 지역구인 서울 중구-성동구갑 공천에서 배제당하면서 당 분열의 변수로 떠올랐다. 이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등을 돌린 의원들을 쳐낸다는 소문도 있다. 7개 재판에 내몰린 이 대표가 방탄을 위해 확고한 자파 세력으로 민주당을 재건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래서는 제1야당 민주당의 정체성을 구현하기 어렵다. 지지율이 앞서가던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역전당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위기는 당 자체만의 위기는 아니다. 제1야당의 분란과 사당화는 정치 후퇴이자 지지 여부를 떠나 국민적 손실이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금이라도 떠나는 동료의원들의 손가락질이 어디를 향하는지 바라봐야 한다. 그게 본인과 민주당을 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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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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