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사태 후 '전국 첫' 교수 사직서, 대구 A 의대에서 나왔다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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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4 17:12  |  수정 2024-03-13 15:50  |  발행일 2024-03-05 제8면
향후 동료 교수들 사직서 제출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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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가운데, 대구의 현직 외과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일선 교수가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사직서를 낸 것은 지난 19일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대구 한 의과대학 외과 A 교수는 4일 SNS를 통해 "외과 교수직을 그만두겠다. 다른 많은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번 아웃' 됐고 더 힘만 빠진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온 인생을 한번 뒤돌아보고, 잊고 지내온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소홀했던 가족들과 함께하는 일반적인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며 작별 인사를 고했다.

A 교수는 또 "전공의 시절 전부터 항상 외과는 지금이 바닥이라고 했다. 근데 20년 지났는데도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며 "필수 의료 혹은 필수과는 누가 명명했는지, 그리고 정확한 정의가 뭔지 모르겠다"고 답답했다.

그러면서 A 교수는 "장미빛 미래도 없지만 좋아서 들어온 외과 전공의들이 낙담하며 포기하는데, 우는 아이한테 뺨 때리는 격으로 정부는 협박만 하고 있다"며 "현 의료현실에 책임져야 할 정부, 그리고 기성세대 의사들인 우리가 욕먹어야 할 것을 의사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공의가 다 짊어지고 있다"며 토로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라고, 후대 의대생에게 외과 전공의를 하라고 자신 있게 말을 못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공의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싸우고 있다. 정부 겁박에 두려워하고 불안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이런 상황에 보호막이 돼주지 못하고, 뒤에 숨어서 '반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어떻게든 잘 해결되길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며 사직 이유를 설명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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