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악성 민원에 신음하는 공직…정부 특단 대책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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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2 06:55  |  수정 2024-03-12 06:57  |  발행일 2024-03-12 제23면

무차별적이고 지속적인 악성 민원에 공무원들이 고통받고 있다. 최근 김포시 한 공무원이 악의적 민원과 온라인 마녀사냥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대구지역에서도 사건화된 악성 민원 사례가 해마다 500건 이상(행정안전부 자료)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무실에 불을 지르겠다는 등 무시무시한 협박을 하는가 하면, 시쳇말로 '십원짜리 욕설'은 물론 폭행을 가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소중한 공무원들이 언제까지 이런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야 하나. 그저 안타까워만 해선 안 될 일이다.

지난해 공무원 악성 민원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 7천61명 가운데 84%가 최근 5년 새 악성 민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 달 평균 1~3차례가 42.3%로 가장 많았다. 악성 민원에 시달린 공무원 가운데 상당수는 '퇴근 이후 불편한 감정 지속' '업무 집중력 저하' '민원인 공포증'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는 최근 MZ 공무원들이 공직을 떠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피해가 발생해도 소속 기관이 주민 여론을 의식해 고소·고발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직원 개인이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정부가 김포시 사건과 관련해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무원 사이에선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말로만 '재발 방지'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책이 절실하다. 악성 민원에 특화된, 누구나 쉽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말이다. 악성 민원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두말할 나위 없다. 여하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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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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