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청산도 문학제

  • 천윤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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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9 10:14  |  수정 2024-03-20 08:48  |  발행일 2024-03-20 제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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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윤자 시민기자
연휴였던 지난 1~3일 사흘 동안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아주 이색적인 문학제가 열렸다. 문학제는 시집 '이어도 주막'을 펴낸 경남 마산 출신의 이성배 시인이 지난해 여름 청산도에 다녀오면서 접이식 간이 의자를 두고 온 데서 비롯됐다. 이 시인은 '의자를 가져와야 된다'는 핑계를 대면서 문학을 통해 알게 된 지인들에게 청산도에 모여 문학제를 열자고 제안했다. 대구·경북·경남·울산 등 이 시인의 인맥은 여기저기에 걸쳐 있었기에 전국에서 참가 의사를 전해왔다. 단체 카톡방이 만들어지고 일은 삽시간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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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열린 문학제에 참가한 문학인들.
경북 영주의 권서각·김우출·박승민 시인을 비롯해 안동 강수안, 상주 황구하 시인이 새벽부터 달려왔다. 또 대구 사윤수 시인, 경산 이운경 문학평론가, 경남 하동 김남호 박경리문학관 관장과 하아무 소설가, 마산 권수진 시인, 울산 박순희 시낭송가, 밀양 남미경 시노래 가수, 세종 함순례 시인 등 30여명이 함께했다.

1일 오후 청산도 청송해변에서 노을을 감상하고 강진 가우도 출렁다리를 걷고, 해남 미황사를 거쳐 완도에서 1박했다. 이튿날 아침 배를 타고 청산도에 도착하니 정택진 소설가가 안내를 위해 맞아 주었다. 일행은 구수한 남도 사투리 해설을 들으며 영화 '서편제' 촬영지와 화랑포·범바위·명품길·장기해변을 거쳐 상서리 돌담길을 걸었다.

매화와 동백꽃이 피었지만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도 한옥펜션 마당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으며 문학 놀이판을 펼쳤다. 외지에 나가 있던 청산도 출신 유은희 시인이 먼 길을 달려와 환영해 주었고, 남미경 가수가 '모란동백' '봄이 오는 길' 등을 열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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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열린 문학제에 참가한 문학인들이 시 낭송, 노래 등을 하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인인 김남호 박경리문학관 관장은 "바깥세상 사람들은 서로 의자를 차지하려고 싸우지만, 의자를 두고 가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자리가 마련됐다"며 자작시 '북천'을 낭독했다. 시인들은 자작시와 동료 시인들의 시를 돌아가며 낭독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아침이슬' '나뭇잎 배' 등을 함께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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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열린 문학제에 참가한 문학인들이 차를 마시며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3일에는 청산도 황영윤 화가가 운영하는 대원미술관에 들러 동백꽃 그림을 감상하고 화가가 내주는 차를 마시고 귀갓길에 올랐다. 먹거리와 숙소 등 모든 준비를 맡아 한 이성배 시인은 "문학은 어느 외롭고 쓸쓸한 가슴에 꽃씨 하나 심는 일이며, 춥고 어두운 골목길에 촛불 하나 밝히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서로의 꽃씨가 되고 촛불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함께한 시인들은 "서로에게 촛불이 되고도 남을 3일이었다. 두고두고 기억 날 아름다운 날이다. 좋은 추억들을 마음에 새기고 간다"며 만족해했다. 온 몸으로 시를 쓰는 시인들과 함께한 필자도 가슴에 작은 꽃씨 하나 품고 온듯 흐뭇하다.

글·사진= 천윤자시민기자kscyj8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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