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매일 같이 근무하며 추억 되새기는 자매…자매가 빚어내는 떡은 어떤 맛일까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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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6 10:27  |  수정 2024-03-27 08:43  |  발행일 2024-03-27 제24면
대구 서남신시장서 떡집하는 조연희씨
판매·떡 만들기 등 자매와 함께 떡집일 분담
떡집
조연희씨가 운영하는 대구 서남신시장 떡집에서 네 자매가 떡을 만들고 있다. 왼쪽부터 다섯째 제향, 넷째 순제, 둘째 경희, 첫째 연희씨.

새벽 4시 모두가 잠든 시간, 떡집의 바쁜 일과가 시작된다. 대구 서남신시장에는 네 자매가 빚어내는 떡집이 있다. 떡집의 중심축은 첫째인 조연희(61)씨다.

연희씨는 2남 5녀의 맏이다. 둘째 경희(59), 넷째 순제(53). 다섯째 제향(49)씨가 연희씨의 떡집에서 근무한다. 제향씨는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서, 경희씨는 대구 달서구 송현동에서, 순제씨는 경북 구미에서 출근한다.

떡집에는 네 자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작업 준비가 완료되면 각자 맡은 일을 시작한다. 연희씨는 총괄, 경희씨는 쌀을 불리고 빻고 떡을 만든다. 순제씨와 제향씨는 판매 담당이다. 연희씨의 남편은 배달을 책임진다.

처음에는 좌충우돌도 있었지만 함께한 세월이 긴 만큼 이제는 말이 필요 없다. 척 보면 안다. 자매로 태어나고 결혼 후에도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며 서로 아껴주고 정을 쌓는 네 자매는 아름답고 의미있는 삶을 만들고 있다.

떡집의 일은 힘들다. 무거운 쌀과 떡을 들고 나르는 노동이 계속된다. 연희씨는 동생들과 달리 새벽 4시부터 일을 시작해서 저녁 8시나 돼야 하루 일을 마감한다. 피곤하지만 서로 의지하고 위로받으며 내일을 응원한다.

연희씨는 대구 동성로에 있는 떡집에서 일하면서 떡 기술자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1988년 떡집 개업 후 육아로 힘들어하던 1994년 막냇동생 제향씨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가게 일을 도왔다. 그 당시에는 떡 만드는 장소와 판매하는 장소가 분리돼 있었는데, 제향씨는 판매를 담당했다.

입소문을 타고 단골이 증가하자 바쁠 때마다 우렁각시처럼 나타나서 도와주던 둘째 경희씨도 직원이 됐다. 그렇게 자매가 빚는 떡에는 가족 사랑이 덤으로 담겼다. 대구 방촌시장에서 17년 동안 영업하고, IMF이후 이곳으로 이전해 18년째 영업하고 있다.

장사는 단골손님이 중요하다. 새로운 장소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떡 시식을 진행하면서 넷째 순제씨까지 일손을 보태며 동참했다. 다섯 자매 중 셋째 해진(57)씨는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명절이나 일손이 부족할 때는 달려와서 돕는다.

경희씨는 "자매들이 결혼하면 보통 집안행사나 명절에 잠시 만나는데 우리는 매일 같이 일하니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다.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며 함께 늙어간다"며 만족해했다.

떡집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손님에게 떡이 맛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라고 한다. 이 말을 하면서 활짝 웃는 연희씨의 얼굴에서 행복이 느껴진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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