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원에 이공계 인재도 의대行…AI시대 국가 미래도 고민을

  •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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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2 06:59  |  수정 2024-03-22 07:03  |  발행일 2024-03-22 제27면

이번 의과대 증원은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국가 미래 측면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도 없지 않다. 입학 정원이 급증하면서 이미 광풍에 가까운 의대 선호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의대 진학을 위해 입시에 재도전하는 대학 재학생과 직장인이 크게 늘어나 당장 올해 입시 판도부터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여기에다 지방 의대생 가운데 반수를 통해 수도권 의대로 진학하려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의대 열풍'은 가히 폭발적일 것이다.

2천명이 늘어나면 의대 입학 정원은 모두 5천58명이 된다. 2024학년도 입시 기준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과계열 모집인원(5천443명)의 93%에 이른다. 이과계열 상위권 학생들이 자퇴나 반수를 통해 평생 자격증과 고소득이 보장되는 의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지방 및 수도권 의대생이 되려 할 것이다. 그런 학생이 의대 증원 이전에도 해마다 1천명을 웃돌았다. 당장 올해 입시부터 최상위권 대학 이공계 합격생의 2배 이상이 의대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됐다. '나도 한번 도전해볼 만'을 넘어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 길을'이라는 '의대 고시 낭인'이 양산될 수도 있다.

의대라는 블랙홀에 이공계 인재들이 빠져든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AI가 중심인 4차 산업혁명 시대 아닌가. 그런 국가의 미래를 열어 갈 인재가 부족해진다면 큰일이다. 그렇다고 수험생의 의대 선호에 물리적 제동을 걸 수는 없는 일, 대신 이공계에 대한 획기적 지원이 필요하다. 의사도 부럽지 않을 미래가 보장될 수 있도록 말이다. 차제에 정부는 이공계 활성화를 위한 마스터플랜도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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