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범의 시선] '욕 하면서도 봐야 하니' 막장 총선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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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8 07:00  |  수정 2024-04-08 06:59  |  발행일 2024-04-08 제22면
증오와 혐오의 정치 일상
중독성 강한 막장 드라마
막말, 비현실적 소재 등장
조국, 문재인 막장판 가세
대통령 내로남불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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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부국장

정치가 막장이다. 증오와 혐오가 일상화됐다. 감정의 극한 대결이다. 이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총선에서 보다 극명해졌다. 내전 양상이다. '민주주의 축제'는커녕 전쟁이다. 서로 죽일 듯이 싸운다. 말을 칼 삼아 서로를 찌른다. 정책이나 공약 경쟁은 뒷전이다. '범죄자 심판론'과 '정권 심판론'을 어떻게 포장할 것인지에만 골몰한다. 이따금 '민생'이라는 말도 한다. 마치 사족을 붙이듯이. 각주를 달듯이. '이런 것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하는 정도다.

유권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극적 언어에 적극 반응한다. 특정 정당의 지지층은 더하다. 막말에 '중독'된 듯한 모습이다. 막장 정치, 막장 총선을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한때 안방극장을 휩쓸었던 막장 연속극이 떠오른다. '욕하면서도 본다'는 게 막장 드라마다. 중독성이 아주 강하다.

"정치 개같이 하는 사람"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발언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비판하면서 나왔다. 이 대표의 형수 욕설 논란과 관련해선 "쓰레기 같은 말" "쓰레기 같은 욕설"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말도 혐오로 가득하다. 서울 동작구을에 출마한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를 향해 "나베"라고 했다. '나베'는 나 후보와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짜깁기한 말이다. 일본말로 냄비를 뜻하는데, 여성 혐오 표현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의붓아버지, 매만 때리고 사랑 없는 계모 같다"고 했다. 여야 대표가 이 지경이다. 막말이 춤출 수밖에 없다.

막장 드라마는 비현실적이다. 보통의 삶에서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 다반사로 발생한다. '얼굴에 점 하나 찍었다고 아내를 몰라보는 남편'(아내의 유혹)처럼 기막힌 일이 벌어진다. 총선이 막장이라는 증거는 널려 있다. 당장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복수'가 등장한다. 복수의 화신은 조국 대표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 대표의 부인은 징역을 살았고, 딸은 의전원 입학이 취소됐다. 조 대표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온 가족이 도륙을 당했는데, 갚아 줘야지"라고 말한다. 조국혁신당의 기세도 심상찮다. 조 대표의 등장은 아이러니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대한민국을 두 쪽으로 가른 '조국 사태'가 윤석열 대통령을 불러냈고, 윤 대통령 집권 2년 만에 다시 조 대표가 나왔다. '복수혈전'인 셈이다. 막장 드라마의 흥행 공식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총선 등판도 정상적이지 않다. '잊히겠다'는 약속을 내팽개쳤다. '모두의 대통령'이길 스스로 포기했다. 뒤늦게 출생의 비밀을 알았다는 듯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중한 행보가 다행스럽다. 박 전 대통령이 '보수의 상징'으로 머무르길 바라지 않는다. 진영에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어른'으로 남았으면 한다.

그나저나 막장 총선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무조건 용서하고 화해하는 막장 드라마의 공식을 따를까. 그럴 것 같지 않다.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막장 정치는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야권이 승리한다면, '정치적 방어막'을 두른 자들이 설칠 것이다. 여권이 이겨도 일방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사실 막장 총선에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나 이종섭 전 호주대사의 임명은 '내로남불'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따위' 저질 정치가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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