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나누는 의미있는 결혼식" 한-루마니아 커플 대구향교서 전통혼례

  • 김점순 시민기자
  • |
  • 입력 2024-04-09 14:28  |  수정 2024-04-12 10:03  |  발행일 2024-04-10 제24면
한국 매력에 빠진 루마니아 출신 오아나씨 전통혼례 원해
2024040901000277400011341
양형욱 씨와 온치카 오아나 씨의 전통혼례가 지난달 31일 대구향교에서 치러졌다.

지난달 31일 양형욱(38) 씨와 루마니아 출신 온치카 오아나(32) 씨의 전통혼례가 대구 향교에서 진행됐다. 혼례식장으로 이동하는 계단을 오르자 오색 송편과 장미꽃 모양의 떡, 다과와 보이차가 결혼식 하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결혼식은 식전 축하 공연과 본식으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식전 축하 행사로 전통춤 등이 흥을 돋우며 혼례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서 가마를 탄 신랑이 입장했다. 연지곤지를 찍고 족두리에 혼례복을 갖춰 입은 신부가 꽃가마를 타고 입장하자 하객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혼례는 친영례, 전안례, 교배례에 이어 신랑과 신부가 술잔을 주고받으며 혼인 서약을 하는 합근례, 마지막으로 혼례가 성립됐음을 알리는 성혼례로 진행됐다. 끝으로 '아름다운 부부'란 제목의 시를 낭송했다.

오아나 씨는 "7년 동안 문화적 차이로 갈등은 거의 없다. 한국을 잘 이해하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바닷가에서 남편으로부터 프러포즈 받을 때가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두 사람은 2018년 영국 런던에서 각국 문화와 언어를 소통하는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신랑은 영국 파견 근무 중이었고 신부는 루마니아에서 영국으로 유학온 대학생이었다. 오아나 씨는 건축학을 전공하면서 한국의 청계천 관련 논문을 쓰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국의 매력에 빠졌다. 그가 모임에서 만난 한국 청년은 너무 멋졌고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모습에 첫눈에 반했다. 그녀는 루마니아로 돌아가지 않았다. 2020년 코로나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을 때 한국행을 택했다.

이들은 2021년 혼인신고를 하고 코로나가 종식되고 안정을 찾았다고 생각돼 이번에 결혼식을 올렸다. 전통혼례도 신부가 원했다. 서울 경복궁을 관람하면서 한국 전통가옥의 곡선과 한복의 매력에 푹 빠졌다. 전통혼례를 통해 고향의 친구 등에게 한국을 알리고 싶은 소망도 있다.

하객인 이숙녀(대구 동구·58)씨는 "혼례식이 재미있는 뮤지컬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축하해주러 왔는데 귀한 대접을 받은 느낌이라 감동"이라며 "기존 결혼식은 결혼하는 커플과 축하하러 온 손님이 서로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듯 그냥 사진 찍고, 대충 밥 먹고 가는 것이라면 이 결혼식은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나누는 의미 있는 결혼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혼주인 이동숙(대구 수성구·62)씨는 "한국의 보수적인 고정관념에 답답함을 느끼고 결혼이 싫어 영국 근무를 선택한 아들이 그곳에서 인연을 만나서 감사했다. 사돈댁도 무남독녀의 국제결혼을 응원하셔서 고마웠다. 오늘의 기쁨을 잊지 말고 즐겁고 행복한 부부로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