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주부 우울증 극복하게 한 김영은씨의 그림 에세이

  • 천윤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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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30 10:22  |  수정 2024-05-01 08:48  |  발행일 2024-05-01 제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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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세이 '소소해도 소중한 내 삶이니까'를 출간한 김영은씨.

"삶은 존재만으로도 이미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삶을 놓지 말고 끝까지 가야 합니다. 날로 나이만 먹는 듯하고 자존감은 바닥을 치는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위로가 가닿았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발간된 그림에세이 '소소해도 소중한 내 삶이니까'는 '하루'라는 필명을 쓰는 김영은(47·경북 경산 정평동)씨의 주부우울증 극복기다. 그는 2020년 3월 경력단절을 딛고 재취업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던 시기, 업무 익힘과 민원에 시달리면서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새벽녘 겨우 선잠이 들었고, 결국 직장도 그만두었다.

무력감의 심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때에 우연히 대구 수성구 고산도서관에서 열린 그림에세이 수업을 받으며 서서히 기력을 찾았다. 그림과 글쓰기에 점차 재미를 붙이고 더 잘 그리고 싶어서 수업 없는 날에도 집에서 연습했다. 자화상을 그리며 성찰의 시간도 가졌다. 또 무좀이 생겨 발톱이 온전치 못하고 껍질이 벗겨진 아버지의 발도 그렸다. 당뇨로 더 형편없어진 아버지의 발을 그리며 모진 세파에도 험한 발로 버티며 성실을 몸소 가르쳐준 아버지를 생각했다. 풍선을 타고 날아오르는 꿈과 곱게 늙어가는 노부부의 뒷모습도 담았다. 고1 때 쓴 자작시의 제목을 찾아 그림을 그려보고, 남편과 자신에게 편지도 썼다. 드로잉펜, 붓펜, 목탄, 파스텔 등 다양한 재료로 그린 그림과 함께 손글씨로 그때그때의 감정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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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직접 편집한 책(왼쪽)과 출판사에서 만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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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오른쪽)씨가 1인 출판사 '해뜰참'의 김영도 발행인과 함께 최근 재출간한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바람이 분다 △하루를 산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다시 들판에 서서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등 5부로 나누어진 책에는 제목처럼 그의 소소하고 소중한 일상이 빼곡히 들어 있다. 그는 이미 '전봇대 앞의 아이'라는 동화로 대구문학 신인상을 받은 동화작가다. 글을 쓴 동기는 초등생 딸이 '엄마가 동화 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그는 "돌아보면 내 삶에 소중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다. 힘든 시간을 버텨온 내가 참 고맙다는 말이 내 마음 저변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우울증이라는 긴 터널을 걸어 나왔고, 지금 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길 원한다"고 했다.

한편 '소소해도 소중한 내 삶이니까'는 작가가 도서관에서 책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지난해 직접 편집한 책이다. 올해 함께 공부하던 김영도씨가 1인 출판사를 내면서 재출간하게 됐다.

글·사진=천윤자시민기자kscyj8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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