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로야구 오심 은폐 논란, 재발 방지 위해 일벌백계 마땅

  • 논설실
  • |
  • 입력 2024-04-17 06:56  |  수정 2024-04-17 06:57  |  발행일 2024-04-17 제27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24시즌부터 야심 차게 도입한 ABS(자동 투구 판정시스템) 운용과 관련, 심판진의 오심에 이은 은폐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도덕성과 공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ABS 자체의 기술적 완성도 문제와는 별개 사안이다. 심판이 경기를 지배하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볼 판정을 두고 벌어지는 선수·감독과 심판 간의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최소화하고 원활한 경기진행을 도모한다는 도입 취지를 한순간에 무력화시키고 불신의 판을 키운 행위다.

눈과 귀를 의심케 한 장면은 지난 14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NC 경기 3회 말 2사 1루에서 삼성 이재현 타석 때 나왔다. 주심은 2구째 공을 볼이라고 콜했지만, ABS는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다. NC 측의 항의에 심판진 4명이 모여 논의하는 과정에서 "음성은 볼로 들었다고 하세요. 우리가 빠져나갈 건 그거밖에 없는 거예요"라며 오심을 기계 탓으로 돌리려는 은폐정황이 고스란히 방송을 타면서 파문이 일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물론, 중계를 지켜본 수많은 팬들을 우롱한 처사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KBO는 해당 심판들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경위서를 제출받은 뒤 엄정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하면 부질없다. ABS 역시 시행 초기여서 선수들 사이에서 볼 판정 일관성 등 일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재미도 중요하지만, 공정한 판정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도입한 ABS를 심판이 오심과 은폐로 얼룩지게 했다는 사실은 용납이 안 된다. 프로야구 발전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일벌백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자 이미지

논설실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