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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대구 북구 함지공원에서 열린 제102회 어린이날 기념 큰잔치 '놀자 놀자 같이 놀자'에서 3인조 고교생 랩 동아리 '동변갱'이 빗속 공연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복정수·김지민·권오탁군. |
지난 5일 제102회 어린이날 기념 큰잔치 '놀자 놀자 같이 놀자'가 열린 대구 북구 함지공원. 대구 강북지역 풀뿌리단체들이 함께 준비한 이날 잔치에는 적잖은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참여해 행사를 즐겼다. 하지만 종일 내리는 비 때문에 아쉬운 표정을 가득했다. 무대가 천막 안에 마련된 데다 우산을 들고 있어서 마음껏 뛰놀 수 없었다.
가라앉을 뻔했던 잔치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3명의 청소년이었다. 공연을 위해 무대에 서있다 갑자기 천막을 박차고 나가 야외 광장으로 뛰어든 것. 이들은 3인조 고교생 랩그룹 '동변갱(복정수와 친구들)'으로, 비를 맞으며 랩 공연을 했다. 아이들과 부모들도 우르르 야외무대로 모여들었고, 행사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동변갱 멤버인 복정수(영진고)군은 노래 중간중간 사회를 보며 팀원들(영진고 김지민, 경상고 권오탁)을 소개하고 관객의 흥을 돋워 박수를 자아냈다.
초등 시절부터 함께 노래 부르며 성장해 온 또래 친구로 구성된 동변갱은 마을행사가 있을 때마다 짬짬이 재능기부 공연을 하고 있다. 이번 어린이날 행사를 위해서는 별도의 연습을 했다. 복군은 "어린 동생들을 위해 신나게 연습했다"며 "공연 당일 목이 잠겨서 좀 아쉬웠지만 비 맞으며 공연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어린이들이 즐거워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래퍼의 길을 걷고 있는 복군은 'GO(prod. Big Bad Beat)'라는 자작곡을 공개하기도 했다. 복군은 "평생 음악하며 살고 싶은 게 꿈"이라며 "무대가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고 싶다"고 했다.
한편 이날 잔치는 '달콤 폭신 솜사탕 만들기' '마을이 키운 네이버웹툰 작가를 만나다, 웹툰이 뭐꼬' '어린이 벼룩시장' '전통 팽이 만들기' '우당탕 전래놀이' '박 터트리기' '20m 김밥 함께 말기' 등 아이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체험 위주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또 슈퍼스타 태권도 시범단, 함지노인복지관 하모니카 동아리, 스트리트 댄스 이슬, 박쌤줌바 등의 공연도 이어졌다.
행사장에서 만난 시민 나모(48·구암동)씨는 "와 보니 준비한게 많아 취소할 수 없었던 행사였던 것 같다"며 "비 오는 날 또 하나의 추억이 생겼다. 다음 어린이날에는 날씨가 좋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김지형(강북풀푸리협의회)씨는 "무대가 열악해서 미안하다"면서도 "이런 공연 본 적 있는가. 비가 오는데도 진행하고 있다"며 20년째 이어져온 북구 어린이날 큰잔치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20년 전 엄마 손 잡고 왔던 어린이가 성년이 돼 무대에 서기도 하는 동네잔치가 됐다. 다음에는 더 큰 무대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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