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감동적인 노부부의 출판기념회

  • 천윤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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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05  |  수정 2024-06-05 08:13  |  발행일 2024-06-05 제24면

[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감동적인 노부부의 출판기념회

귀촌한 팔순의 노부부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전북 장수군 장계면 논개골 행복나눔터에서 열린 최건·조한금씨 부부의 합동 출판기념회였다. 최건 시인의 시선집 '고엽, 어텀 리브즈의 미학'과 아내 조한금 수필가의 수필선집 '바람개비 꽃'을 기념하는 행사다.

올해로 85세를 맞은 남편이 알츠하이머로 더는 시를 쓸 수 없게 되자 아내가 남편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로 마련해 그 의미가 컸다. 아내는 "남편 건강이 나빠지면서 이젠 글을 못 쓴다. 남편이 이 자리를 기억하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정말 기분 좋아지기를 바라며 여러분을 모셨다"고 해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20대부터 시를 썼던 최 시인은 1978년 '풀잎에게'를 시작으로 시집 11권, 산문집 1권 등을 출간했다. 동아일보 기자로 목포에서 근무하던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현장 취재수첩은 아내인 조한금 수필가의 일기와 함께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행사를 마치고 서울에서 온 분들과 대구에서 간 우리 일행이 부부가 사는 전원주택 '취월재'에서 하루를 묵었다. 취월재는 음악과 독서를 좋아하는 부부가 그동안 모아온 LP판과 책, 그림 등 자료들로 가득해 마치 박물관 같았다. 이것저것 살펴보다 액자 하나에 눈길이 멈췄다.

'이렇다 내세울 것 하나 없지만/ 삼라만상 이것저것 모두 다 거느리는/ 백만 평 천만 평 광대무변/ 무량한 저 하늘을 아내한테 마지막 선물로 주겠네/ 우리 처음 만나 건네주던 사랑편지 다시 동봉해/ 사오십 평짜리 아파트 대신/ 유일무이 내 소유의'

남편 최건 시인이 쓴 시 '마지막 선물'의 한 구절을 어느 서예가가 붓으로 쓴 작품이 걸려 있다. 천만 평 광대무변 무량한 하늘을 선물로 받은 아내는 지금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남편을 위해 출판기념회를 열고 아기처럼 그를 돌보고 있다. 그 부부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은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노년이지만 이 부부처럼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천윤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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