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인연과 악연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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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13  |  수정 2024-05-13 07:08  |  발행일 2024-05-13 제23면

유비는 47세에 이르도록 변변한 영지도 없는 떠돌이 신세였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난다. 유비가 유표에 의탁해 있을 때 신야에 있는 사마휘를 찾아간 것이다. 사마휘는 제갈량이나 방통 중 한 사람만 얻어도 왕업(王業)을 이루리라고 예언했다. 유비는 삼고초려 끝에 제갈량을 책사로 들인다. 그때 제갈량의 나이 26세. 유비와 사마휘의 만남이 인연의 시작이었다면 '천하삼분지계'를 제언한 제갈량과의 조우(遭遇)는 인연의 화룡점정이라 할 만하다.

새파란 군사(軍師)에 대한 장수들의 시선은 뜨악했지만 제갈량은 박망파 전투에서 금방 진가를 증명한다. "매복과 갈대밭 화공작전으로 유비의 3천 군사가 조조의 10만 대군을 물리쳤다."(삼국지 연의). 적벽대전의 서막이었다.

승부는 박빙일수록 더 드라마틱하고 심장이 쫄깃해진다. 0.73%포인트 차로 당락이 갈린 20대 대선이 그랬다. 윤석열 후보는 2030 남성의 표심을 업었고 청년층 지지를 추동한 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 및 친윤 그룹과 이준석은 삐거덕거렸다. "저XX" "이준석의 허리를 꺾어 버려야" 막말까지 나돌았다. 젊은 당 대표는 그렇게 내쳐졌다.

그리고 4·10 총선. 2030의 여당 이탈 현상이 명징했다.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이준석은 "개혁신당은 선명한 반윤"이라며 강력한 '외부 총질'을 예고했다. 수필가 피천득은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인연인 줄 알지 못하고, 현명한 사람은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을 살릴 줄 안다'고 했다. 최악의 서사는 인연이 악연으로 바뀌는 것 아닐까.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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