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노래엔 퇴직 없다"…97세 테너의 은빛 열정

  • 김호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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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29  |  수정 2024-05-29 08:33  |  발행일 2024-05-29 제24면
은빛메아리 단원 문흥채 고문

왜관중 교장 끝으로 정년퇴직

앱 이용해 컴퓨터 편곡 작업도

[동네뉴스] 노래엔 퇴직 없다…97세 테너의 은빛 열정

"흰 눈이 자욱하게 내리던 그날 아버지와 뒤 산길 외가 가던 날 아름드리나무 뒤에 뭐가 나올까. 아버지 두 손을 꼭 잡았어요. (동요 '외갓길')."

지난 14일, '97세 현역 합창단원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대구 남산교회 2층 강당을 찾았다. 강당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외갓길'의 노랫말 탓일까. 귀 기울여 들으니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강당 안은 은빛 머리카락이 물결을 이뤘다. '은빛메아리' 합창단원들이다. 60~90대로 보이는 어르신이 50여 명 모여있다. 테너1·2, 바리톤, 베이스의 4부 합창은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를 끝으로 연습을 마무리했다.

정해균(81) 단장은 "합창단 창단 멤버이자 현재 합창단 고문으로 25년을 한결같이 활동해온 최고의 모범단원"이라며 문흥채(97) 고문을 소개했다.

테너 2 파트 자리에서 걸어나온 문 고문은 "나에게 합창은 화합"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젊음의 비결은 매일 노래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노래해야 한다"며 "지금도 바쁘게 산다. 교회에서 여성성가대 지휘를 한다. 앱을 이용해 컴퓨터로 편곡도 한다. 아마 200여 곡은 족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고문은 1945년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달성유가초등 교사로 첫 부임했다. 대구 남산초등 재직 시 음악부 합창단을 만들어 당시 대구방송국에 출연하는 등 학생들의 음악지도에 열정을 쏟았다. 특히 박태준 작곡가로부터 남산초등 교가 필사본을 받아 학생들에게 교가를 가르쳤다. 음악사에 귀중한 자료인 교가 필사본은 평생 잘 보관해 오다가 학교에 기증했다. 왜관중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직한 이후에도 그의 음악사랑은 여전하다.

그는 "노래에 퇴직이란 없다. 은퇴 후 노래하고 음악 듣고, 노래로 봉사하는게 행복하다"며 "노후에 즐길 것을 미리 준비하라"고 조언도 했다.

음악에 대한 기본 소양이 있는 60세 이상의 대구 남성이라면 누구나 합창단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입단 문의는 010-3819-7511.

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gma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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