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불신 자초하는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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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23  |  수정 2024-05-23 06:54  |  발행일 2024-05-23 제23면

정부가 민생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가 급하게 뒤집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지난 16일 국내 안전인증(KC 인증) 없는 해외 직구 원천 금지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고령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대책을 내놓은 지 불과 하루 만인 지난 21일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며 말을 바꿨다.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다.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이 국민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최근 해외직구를 통해 유입되는 중국산 싸구려 제품에서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발암가능물질과 환경호르몬이 검출돼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정부가 이 같은 유해 제품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 강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소비자 불편과 규제 실효성에 대한 검토 없이 설익은 대책을 내놓으면서 국민적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의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정책도 마찬가지다.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고속도로 및 야간 운전 금지, 속도제한 등을 조건으로 면허를 허용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 물론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교통약자인 노인들의 이동권 침해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특히 택시나 트럭을 모는 고령운전자에게는 생계가 걸린 문제다.

정부가 국민 삶과 직결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로지 정책 목표에 매몰되면서 예상되는 문제점과 보완책 검토에 소홀했던 탓이다. 이 같은 아마추어 행정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아무리 옳고 훌륭한 정책이라도 국민 신뢰를 잃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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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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