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투표는 감정이 아니라 회계다

  • 이진복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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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21 17:41  |  발행일 2026-05-25
이진복 공인회계사

이진복 공인회계사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선택과 마주하며 살아간다. 어떤 식당에 갈지, 어떤 상품을 구매할지를 결정할 때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확인한다. 가격은 얼마인지, 품질은 어떤지, 후기는 어떤지 꼼꼼히 따져본 다음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선택을 잘못하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거에서는 이 기준이 달라진다. 투표 때만 되면 감정이 앞선다. 누가 더 우리 편인지, 누가 더 호감이 가는지가 앞자리를 차지한다. 이것은 본질을 비켜나 있다. 선거, 특히 이번 6·3 지방선거는 단순히 단체장 한 사람을 뽑는 일을 넘어, 우리 세금을 어떻게 쓸지 결정할 권한을 정하는 중요한 일이다. 감정을 접어두고 회계를 봐야 한다.


재정 운영이 투명하지 못하면, 그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확인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의심이 커지고, 의심이 커질수록 더 많은 감시와 확인이 필요해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반드시 비용이 든다. 시간과 노력, 행정력, 그리고 추가적인 세금까지. 반대로 재정이 투명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불필요한 갈등도 줄어든다. 행정은 더 빠르게 움직이고, 같은 예산으로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미셸 푸코 시선에서 보면, 권력은 감춰지고 보이지 않을수록 더 견제하기 어려워진다. 지자체 권력은 예산이라는 회계 수치로 집행된다. 그런데 이 숫자들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디로 흘러가며, 어떤 기준으로 배분되는지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 권력은 사실상 통제 불가능하다. 돈의 흐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권력도 함께 보이지 않게 된다. 투명하지 못한 재정은 그저 비효율만으로 끝나지 않고 통제되지 않는 권력을 만들어낸다. 이 권력을 시민에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 바로 회계 투명성이다. 회계는 권력을 통제하는 가장 정교한 언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흔히 지방재정을 현재의 문제로만 이해하지만, 이는 또한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의 지출과 재정부담이 내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것처럼, 채무는 단순한 금전적 의무를 넘어 약속의 구조가 담겨 있다. 지방정부의 채무는 미래의 시민에게 이전되는 부담이다. 만약 그 내용과 규모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동의하지 않은 부담을 미래에 넘기는 셈이 된다. 이는 미래 세대와의 형평성 문제로 이어진다.


이제 기준은 분명하다. 누가 더 거창한 공약을 내놓았는가가 아니다. 누가 재정을 더 투명하게 운영할 구조를 제시하는가를 따져야 한다. 공약 규모보다 재정 운용의 검증 가능성을 먼저 봐야 한다. 예산을 얼마나 늘리겠다는 약속보다, 그 예산을 어떻게 공개하고 통제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 회계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그 과정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가 투표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알고 있다.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돈은 쉽게 낭비된다는 사실을. 그런데 왜 선거에서는 감정을 앞세워 그 기준을 버리는가. 재정 투명성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행위는, 사용 내역을 확인하지 않는 신용카드를 남에게 건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쉽게 그 카드를 정치권에 넘겨주었고, 결국은 반복되는 재정 낭비와 불신만 가득 돌아왔다. 투표의 본질은 자원의 배분 방식을 결정하는 행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거가 코앞이다. 그래서 다시 말할 수밖에 없다. 투표는 감정이 아니라 회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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