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사는 곳이 계급인 나라⑦] 세종에 부처 있어도…지방 공무원들이 여의도에 상주하는 이유

  • 정재훈·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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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12 11:54  |  수정 2026-07-12 11:55  |  발행일 2026-07-12
예산 확보 위한 상경 로비 거점 역할
국회·부처 이원화로 이중고 겪는 지방
우측부터 포항시 서울사무소, 경상북도 서울본부, 대구시 서울본부 앞 모습. 각 사무소 제공

우측부터 포항시 서울사무소, 경상북도 서울본부, 대구시 서울본부 앞 모습. 각 사무소 제공

국회의사당 인근 빌딩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서울사무소' 또는 '중앙협력본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비 예산'을 따내기 위한 상시 로비 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학계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조정래 이화여대 교수는 2020년 한국지방자치학회보에 발표한 연구에서 지방정부의 서울사무소를 아예 '정부 간 로비'의 기지로 규정했다. 미국에서 주 정부의 3분의 2가 워싱턴 D.C.에 사무소를 두고 연방 예산을 놓고 다투듯, 한국의 지방은 서울에 거점을 두고 중앙을 상대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인천' '경기'마저 서울에 조직을 두는 현실


이런 상경 로비는 서울을 제외하곤 예외가 없다. 서울특별시와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전부가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위치는 대부분 국회가 있는 영등포구와 인접한 마포구 일대. 상주 인력은 6명에서 15명 선이다. 각 시·도는 이 서울사무소 안에 다시 '세종팀'을 따로 두고 세종의 중앙부처를 상대한다. 정부 예산 편성 작업이 국회(서울)와 부처(세종)로 나눠 있으니, 지방의 대응 조직도 둘로 쪼개진 것이다.


기초자치단체도 다르지 않다. 서울 자치구 25곳을 뺀 전국 201개 기초자치단체 중 47곳(23.4%)이 서울사무소를 운영 중이다.(2018년 기준) 시는 75곳 중 27곳(36%), 군은 82곳 중 20곳(24.4%)이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반면 서울 안에 있는 자치구는 단 한 곳도 서울사무소가 없다. 중앙과 이미 붙어 있는 자치단체는 '상경'할 이유가 없다. 거리가 곧 격차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셈이다.


지역별 온도차는 뚜렷하다. 소속 기초단체의 서울사무소 운영 비율은 충북이 63.6%로 가장 높고, 경북이 52.2%로 뒤를 이었다. 경북은 23개 시·군 중 12곳이 서울에 사무소를 둬, 전국에서 두 번째로 상경에 적극적인 지역으로 나타났다. 강원(38.9%), 전남(36.4%)이 그다음이다. 반대로 인천·광주·대전·울산은 산하 기초단체 중 서울사무소를 둔 곳이 하나도 없었다. 대구는 8개 구·군 중 1곳(12.5%)에 그쳤다.


조 교수의 통계 분석에서는 농어업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서울사무소를 둘 가능성이 컸다. 특산물을 팔고 국비를 따내야 하는 절박함이 클수록 예산 로비를 위해 서울로 사람을 보낸다는 것이다. 상경 로비의 강도가 곧 그 지역이 겪는 소외의 크기와 맞닿아 있는 셈이다.


광역별 기초자치단체 서울사무소 운영 현황. 정부 간 로비(Intergovernmental Lobby) -자치단체 서울사무소 운영 영향요인에 관한 탐색적 연구(2020 한국지방자치학회 조정래 논문)에서 발췌. 그래프= AI 클로드.

광역별 기초자치단체 서울사무소 운영 현황. '정부 간 로비(Intergovernmental Lobby) -자치단체 서울사무소 운영 영향요인에 관한 탐색적 연구'(2020 한국지방자치학회 조정래 논문)에서 발췌. 그래프= AI 클로드.

◆ 부처 편성부터 국회 의결까지, 전 과정 밀착


지방정부 서울사무소의 예산 업무는 사실상 1년 내내 돌아간다. 봄·여름에는 각 부처가 이듬해 예산안을 짤 때 지역 사업이 원안에 담기도록 부처 실무자를 접촉하고, 기획재정부 심의 단계에서 사업이 잘려나가지 않도록 논리를 대며 방어한다. 그리고 가을에 정부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승부처가 바뀐다.


대구경북(TK) 광역단체의 서울사무소 본부장을 지낸 A씨는 "증·감액의 최종 권한은 국회에 있다. 11~12월 예산 심사철이면 지자체장과 서울사무소는 물론 중앙부처 공무원들까지 여의도에 상주하며 총력 대응한다"면서 "예산의 최종 열쇠를 쥔 곳이 세종의 부처가 아니라 서울의 국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예결위 예산소위 단계에서는 분초 단위로 수천억 원의 향방이 바뀐다"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면 기껏 편성된 예산이 삭감되거나 지자체의 핵심 숙원사업이 통째로 날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깜깜이 증감액'이 이뤄지는 계수조정 소위 국면에서, 어떤 사업이 살아남고 사라지는지를 초 단위로 좇으며 지역 출신 의원과 상임위원을 움직이는 것이 서울사무소의 진짜 실력인 셈이다.


때문에 이들은 평소 '인적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 출신 국회의원, 중앙부처 관료, 이른바 '재경 출향인'과 언론인으로 이어지는 인적 네트워크를 평소에 관리해 두었다가 예산철에 총동원하는 것이다. 실제로 유보람·조정래의 2014년 연구는 정부의 특별교부세 배분에서조차 지역 출신 국회의원, 국회 상임위원 같은 정치적 요인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느 지역이 얼마를 가져가느냐가 순수한 행정 기준이 아니라 정치력에 좌우된다는 설명이다. 서울사무소들이 국회 앞에 지속해서 늘어나는 이유다.


물론 서울사무소를 향한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이미 지역 이익을 대변하는데 굳이 세금을 들여 별도의 로비 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있느냐는 '예산낭비'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에서도 주정부의 워싱턴 사무소를 두고 같은 논쟁이 벌어진다.


하지만 현장은 이를 낭비가 아닌 방어로 본다. A씨는 "서울사무소 운영비는 낭비성 예산이 아니라 수도권과의 정보 격차를 메우고 지역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기회비용"이라고 단언했다. 입법과 예산의 최종 결정권을 쥔 국회에 대한 정보와 인맥을 유지하지 못하면 지역이 통째로 밀려난다는 위기의식이 크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 세종 시대에도 멈추지 않는 상경


결국 서울사무소는 지방이 중앙에 닿기 위해 치르는 비용으로 풀이된다. 사무소 임차료와 상주 직원 인건비, 서울과 지역을 오가는 시간과 교통비까지 수도권 지자체라면 낼 필요가 없는 '거리 비용'을 비수도권만 감당하는 셈이다. 하 교수는 "거리가 먼 지방일수록 인력과 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지방 관계자들이 서울에 올라와 예산 확보에 나설 때 머물 공간과 거점이 필요하니,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는 세종을 행정수도로 완성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서울 사무소는 여전히 국회 곁을 지키고 있다. 부처가 세종으로 내려가도, 예산의 최종 관문인 국회와 대통령실, 여야 정당이 여전히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2025년 12월 대통령실이 청와대로 복귀하면서, 국회(여의도)와 대통령실(청와대), 거대 양당 당사가 모두 서울에 몰린 구도는 오히려 뚜렷해졌다.


균형발전의 컨트롤타워인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조차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김경수 전 위원장은 2025년 9월 한 방송 대담에서 "지방시대위원회 사무실이 세종에 있는데 일주일에 세종에서 2~3일 근무하기도 힘들다. 서울에서 회의도 많고 행사도 많아 계속 서울을 오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부처 장·차관들의 사정은 더 심하다고도 했다. 균형발전을 책임진 기구의 수장마저 서울로 끌려 올라오는 현실이, 지방이 서울사무소를 놓지 못하는 이유를 그대로 설명한다.


광역별 기초자치단체 서울사무소 운영 현황. 정부 간 로비(Intergovernmental Lobby) -자치단체 서울사무소 운영 영향요인에 관한 탐색적 연구(2020 한국지방자치학회 조정래 논문)에서 발췌. 그래프=AI 클로드.

광역별 기초자치단체 서울사무소 운영 현황. '정부 간 로비(Intergovernmental Lobby) -자치단체 서울사무소 운영 영향요인에 관한 탐색적 연구'(2020 한국지방자치학회 조정래 논문)에서 발췌. 그래프=AI 클로드.

TK 기조지방자치단체 서울본부의 B씨는 "기초지자체의 경우 국회보다 세종 출장이 잦다. 재정여력상 서울과 세종 두 곳 모두 인력을 둘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서울에서 세종을 다니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국회가 완전 이전하지 않는 이상 이런 구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국비에 끌려다니는 지방…개선점은?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조세 제도 개편'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 교수는 "국비 비중을 낮추고 세원을 지방으로 넘기는 공동세 방식으로 조세 구조를 바꾸면, 예산 확보 경쟁에서 벗어나는 지자체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지방이 스스로 쓸 수 있는 재원을 늘려주면, 국비를 좇아 서울로 올라올 유인 자체가 줄어든다는 논리다.


구체적 수단으로는 지방소비세와 지방교부세를 함께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소비세의 경우 확대될수록 비수도권의 자체 세입 기반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지방교부세 역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B씨는 "현재 국회의원의 성과처럼 쓰이는 지방교부세의 기능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나눠주기식이 아닌 인구소멸 등 소외지역에 대한 보정을 할 경우 재정 격차를 일부 완화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회에 과도하게 쏠린 예산 권한도 도마에 오른다. 하 교수는 "기재부와 논의해 끝낼 문제를 국회에서 다루다 보니, 서울사무소를 두고 대응하는 이중 구조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예산의 편성은 세종에서, 최종 증·감액은 서울에서 이뤄지는 지금의 이원 구조가 지방의 상경 로비를 이중으로 강요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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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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