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법정동. 영남일보DB |
귀가 중이던 20대 여성의 집까지 뒤따라가 성폭행하려다 남자친구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일명 '대구판 돌려차기' 사건(영남일보 2023년 5월16일자 6면 보도)의 가해자가 항소심에서 징역 27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1심에서 유기징역형으로는 최장기 형량인 징역 50년을 받았는데, 절반 가까이 감형된 셈이다.
대구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성욱)는 2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강간 등 상해,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29)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이와 함께 20년 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10년 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 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 여성은 손목동맥이 끊어지고 신경이 손상되는 상해를 입었고, 피해 남성은 영구적인 뇌 손상 장애를 입었다"면서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있으며, 장래 모방 범죄 발생을 막기 위한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피고인을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는 점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강간 범행이 제지당한 뒤 건물 복도로 도망치면서 피해 남성과 몸싸움을 하다가 다소 우발적으로 강간 살인미수 범행에 이른 점, 피고인이 피해 남성을 위해 1억원을 형사 공탁한 점 등 사유를 참작했다"고 했다.
또 "검사의 1심 구형 의견 및 유사 사건 양형 사례 등에 비춰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법정 최상한인 징역 50년을 선고한 것은 너무 무겁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5월 13일 밤 10시 56분쯤 대구 북구 복현동의 한 원룸에서 귀가 중인 B(여·23)씨를 뒤따라 들어간 뒤 흉기를 꺼내며 성폭행을 시도했다. 화들짝 놀란 B씨는 강하게 저항했고, 마침 집안에 있던 남자친구 C(23)씨도 범행을 제지하자,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C씨는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려 중상을 입고, 심정지를 겪는 등 장기간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이로 인해 언어 및 인지능력에 손상을 입기도 했다. B씨도 흉기에 양손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완전한 회복이 어려운 상태다.
당시 A씨는 배달라이더 복장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과거 자신이 3년 동안 배달라이더로 일하며 원룸을 드나들어도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는다는 경험을 범행에 악용한 것이다. 범행 나흘 전부턴 인터넷에 '강간' '강간 치사' 등을 검색하며 치밀하게 준비하기도 했다.
이에 A씨는 1심에서 징역 50년을 선고받았다. 이는 검찰 구형인 징역 30년을 훌쩍 뛰어넘는 형량이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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