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초고령화 시대를 준비하는 사람들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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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15  |  수정 2024-07-15 07:02  |  발행일 2024-07-15 제23면

[월요칼럼] 초고령화 시대를 준비하는 사람들
김진욱 논설위원

올해 61세인 보험대리점 대표인 A씨. 요즘 노인복지와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다. A씨는 1~2년 내로 현재 일을 접어야 할 것 같은데, 이후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다. 10년 전 대기업 보험사에서 명예퇴직해 대리점을 시작할 때는, 대리점을 그만할 때 자신도 은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120세 시대가 온다는 말을 자주 들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A씨는 "80세까지 일해야 되는 세상에 살 것 같다. 노인복지 분야에서 돈벌이가 있을 것 같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64세의 B씨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NPL(부실채권) 시장에 뛰어들 절차를 밟고 있다. 제2금융권이 부실채권을 싼값에 처분할 때 매입해 차익을 남기겠다는 것이다. B씨는 "80세까지는 사회활동을 해야 할 시대가 오고 있다. 체력적으로 NPL 시장에서는 그 나이까지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업을 하면서 부도가 난 적도 있고 재기해 큰돈을 벌기도 했던 65세의 C씨. 아직도 새로운 목표가 있다. 긴 시간 공들여 온 몽골에서 돈을 버는 것과 90세까지 일하는 것이다. C씨는 "90대의 전직 대학교수가 정년퇴직 후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했던 말을 기억한다"며 "그 교수는 자신이 그렇게 오래 살지 몰랐다고 하던데, 지금은 웬만하면 오래 산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고 했다.

100세 시대 나아가 120세 시대 그리고 초고령화 사회라는 말이 익숙해지면서 장수 시대에 대비하는 장년층이 적지 않다. 지난 10일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1천만 62명으로, 전체 인구 5천126만12명의 19.51%다. 내년이면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가 된다. 이미 대구는 20.26%, 경북은 25.35%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있다. 2072년에는 47.7%가 된다는 통계청의 예측 자료도 있다.

초고령화시대의 사회시스템은 이전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노인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고용시장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에 따라가기 위한 평생교육 시장은 더 커질 것이다. 각자 인생의 스케줄도 지금보다 뒤로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를 세상의 축이 달라진다는 말로 표현한 학자도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마우로 F. 기옌이 2021년에 썼던 베스트 셀러 '2030 축의 전환'에 그런 말이 있다. 이 책은 8가지의 큰 변화 때문에 2020년에 존재했던 세상은 2030년에는 없다고 했다. 8가지 큰 변화 중 하나가 60대 이상의 고령층 확대다. 실버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고, 고령층은 정치에 관심이 많아 투표장에도 잘 간다. 실버층을 공략하면 부와 권력을 쥘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온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그런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초고령화 시대를 준비하는 장년층이 많지만, 노후준비를 못하는 장년층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노후를 걱정하는 중장년이 부기지수다. 어떤 정책으로 이들의 노후 걱정을 그나마 덜어줄 수 있을지,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120세 시대가 온다는 말과 함께 들리는 경고를 우리 사회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준비 안 된 장수(長壽)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김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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