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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 안동의 한 시골 마을 여름날 풍경이다.
동네 아낙네들이 모여 전을 구워 먹으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일을 수다로 풀고 있다. 그 당시엔 보리와 밀을 많이 재배하면서 순 우리 밀가루로 밀가루 빵떡을 쪄 먹는 날이 잦았다. 여름이면 부추전과 파전 등을 자주 먹기도 했다.
뒷마당에 자리한 흙으로 빚은 아궁이 위에 솥뚜껑을 뒤집어 놓고 전을 부치면 크기가 클 수밖에 없었다. 이 전을 서로 더 먹으려고 눈을 크게 뜨고 기다리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마당 넓은 집과 인심 좋은 집에는 늘 동네 사람들이 북적댔다. '손님이 많이 오면 먼지가 떨어져도, 떨어지니 손님을 귀하게 여겨라'는 말과 '후한 대접을 해라'는 이야기는 귀에 딱지 앉도록 듣고 자랐다.
'멀리 있는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더 좋다'는 말을 쉽게 썼는데 요즘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고, 바쁜 직장생활로 이웃과 차 한잔하기도 쉽지 않다.
추억의 책장에 잠자던 한때가 그리워진다.
글=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사진=홍성광 사진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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