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잔치를 준비하며 인생을 배운다는 이벤트업체 최용숙 대표

  • 이원욱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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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14  |  수정 2024-08-14 08:01  |  발행일 2024-08-14 제24면
[동네뉴스] 잔치를 준비하며 인생을 배운다는 이벤트업체 최용숙 대표
이벤트 업체 최용숙 굿벌룬풍선맘 대표가 본인이 만든 풍선 포토존 장식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최용숙씨 제공>

"이제 팔순을 맞이한 어머님께 준비한 편지를 읽어드릴 시간입니다."

8월 초 주말 저녁, 대구 달서구에 있는 한 한정식집에서 팔순 잔치를 진행하는 사회자의 멘트가 미닫이문 밖으로 흘러나왔다. 사회자는 이벤트업체 '굿벌룬풍선맘'을 운영하는 최용숙 대표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딸의 편지를 읽자 가족과 최 대표는 눈시울을 붉혔다.

최 대표는 칠순, 팔순 잔치 등 집안 행사의 상차림과 함께 잔치 진행까지 맡는다. 18년 동안 이벤트업체를 운영하며 쌓은 수백 건의 잔치 경험을 통해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바로, 주인공 몰래 준비하는 자녀의 편지다. 최 대표는 편지 내용에 "다시 태어나도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자식으로 또 태어나고 싶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들을 때마다 가슴 뭉클하다"고 말했다.

그는 본업 외 봉사활동에도 활발히 하고 있다. 미혼모 시설의 돌잔치에 무료봉사하는 최 대표는 힘든 시기를 보내는 젊은 엄마들을 위한 인생 조언도 한다. 돌상을 준비해준 데 대해 엄마들이 고마움을 이야기할 때도 "힘내서 열심히 아이를 키우고 사회에 다시 진출하는 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해준다. 달서구청의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돌잔치 운영 프로그램에도 재능 기부했다. 그는 "외국인 엄마와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물을 흘리며 고마움을 전할 때 뿌듯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상차림뿐만 아니라 풍선 장식 일도 한다. 20여 년 전, 생일을 맞은 자녀 파티를 위해 풍선 이벤트를 준비했다가 풍선의 매력에 빠졌다. 학교 입학·졸업식, 운동회 등에서 '풍선 아치'나 '풍선 포토존'을 만든다. 풍선 장식으로 맺은 학교와의 인연으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풍선 수업에 일일 교사도 한다.

지난 10년간 대구의 특수학교 몇 곳의 행사 준비에 꾸준히 참여해온 그는 "장애 학생들이 풍선 장식을 보며 해맑게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본인을 '추억을 선물하는 사람'이라고 한 최 대표는 "평생에 단 한 번 있는 집안의 큰 행사를 가족과 의논해 함께 준비하고 도와주는 사람으로서, 가족 모두에게 그날을 인생 최고의 행복한 날로 만들어주는 것이 보람"이라며 웃었다.

이원욱 시민기자 judge520@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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