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
지난해 9월1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가야고분군은 총 7개다. 이중 경남지역(김해시 대성동·함안군 말이산·창녕군 교동 및 송현동·고성군 송학동·합천군 옥전)고분군이 5곳, 경북(고령군 지산동)과 전북지역 고분군(남원시 유곡리·두락리)은 각 1곳이다. 현재 가야고분군 통합관리기구 설립 위치를 두고 대가야 수도인 고령군과 금관가야의 맹주인 김해시가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전선은 경남과 경북으로 확대된 모양새다.
한국지식산업연구원은 최근 김해를 1위로 선정했는데, 입지 선정 지표로 인구, 지방세 규모, 지역 총생산, 인구 증가율, 재정 자립도, 인구밀도, 관리 이동 거리 등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선정 배경에 가야고분군 7개 중 5개가 경남에 있고, 김해 금관가야는 고대 가야문명의 발원지라고 주장했다. 이는 경남 창원에 있는 가야고분군 통합관리단이 내년에 경북도로 넘어갈 것에 대비한 무리수인 듯하다. 6위를 한 고령군이 반발한 건 불문가지다. 선정 지표가 관리·보전과는 무관한 데다 김해에 극히 유리하게 설정돼 수차례 항의했으나 수용되지 않았고 세부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고 맞섰다. 다행인 건 유치 결정권을 가진 국가유산청도 이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맞장구쳤다.
인구 3만명의 고령군과 53만명의 김해시를 인구·경제적인 특성만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가야문화의 정체성과 역사성 및 지리적, 사회적 외연 확장성은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았다. 고령군은 가야고분군 1천220개 중 고령군이 704개, 김해가 170개이고, 전체 고분의 57%가 고령군에 있으며 면적은 전체 44%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일리가 있다. 더하여 전북 남원은 물론 구례, 장수, 진안, 임실 등과 전남 광주, 광양, 순천, 여수, 나주, 해남 등지는 대가야권역이었고, 합천, 함안, 산청, 하동 등 서부 경남 지역 출토 유물 역시 고령 대가야계 토기가 다수 발굴됐다. 가야를 상징하는 가야산만 하더라도 전체 면적의 70%와 최정상 칠불봉도 성주군 권역이고, 가야금도 대가야의 마지막 왕 가실왕이 악성 우륵에게 명하여 만든 악기다. 고령은 기존 경주, 공주, 부여, 익산 외에 20년 만에 지난 7월13일 '대가야 고도(古都)'로 지정됐다. 이는 김해가 아닌 고령이 '가야를 대표하는 고도'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경북 상주시와 문경시, 성주군은 할 말이 더 많다. 삼국사기(권34)와 삼국유사(권1), 고려사,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등장하는 상주·함창·문경의 고녕(古寧) 가야고분군(오봉산·병풍산)과 성주 성산동 가야고분군은 애초 세계유산에도 신청되지 않았다. 상주에는 고녕가야태조왕릉비를 비롯해 700여 기의 가야계 봉분이 있고, 성주 성산동 가야고분군은 이미 오래전에 정비됐다. 가야사 외연 확장을 위해선 이 두 곳에서 반드시 추가 발굴과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즉 가야사는 김해 중심의 경남 남부지역뿐만 아니라 경북 중·서부와 호남까지 확장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본의 임나일본부설도 철저히 무너뜨릴 수 있다.
고령은 달빛철도 구간과 달빛고속도로의 중간 기착지이며 중부내륙 고속도로가 동서남북으로 관통하는 영·호남의 연결 고리다. 또한, 고령군수는 2005년부터 '가야문화권 시장군수협의회'를 발족해 15년간 협의회 의장을 맡아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을 앞장서 수행했다. 가야가 경상남도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박진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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